합격할 수 있는 3백80점 이상 고득점자 가운데 10% 정도가 서울대를
택하지 않고 연세대, 고려대 등의 특차전형에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서울대가 올해 정시모집에 지원한 수험생의 수능 점수대별 분포와
수능점수누계표를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수능에서 3백80점 이상을
얻은 수험생 1천78명 가운데 서울대 지원자는 89.1%인 9백53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즉 나머지 10.9%인 1백17명은 일부 이 대학 고교장추천제 합격자를
제외하고 모두 연세대, 고려대 등 다른 대학의 특차모집에 지원, 합격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입시에서 3백30점 이상 고득점자 1천6백39명중 약 7%인
1백20여명이 다른 대학의 특차모집에 합격, 서울대를 지원하지 않은데
비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인문.사회계의 경우 3백80점 이상 수험생 5백98명 가운데 94.6%인
5백66명이 서울대 정시모집에 지원한 반면 자연계는 4백71명 가운데
서울대 지원자는 82%인 3백86명에 불과, 상당수가 서울대행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에 지원한 3백80점 이상 수험생 중 불합격자는 인문.사회계의
경우 24명, 자연계는 3명 뿐이었다.
이같은 현상은 많은 자연계 학생들이 서울대라는 "간판"보다 사립대와
지방 국.공립대의 의예나 한의예과 등 장래가 보장되는 "실리"를 선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수능시험이 쉽게 출제돼 고득점 수험생들이 양산된 반면 사립대와
지방 국.공립대가 일부 경쟁력있는 인기학과를 중심으로 특차모집 정원을
대폭 확대, 논술고사에 부담을 느끼거나 학생부 성적이 좋지 않은 특목고
학생 등이 대거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대는 수능시험이 역시 쉽게 출제되고 비교내신제가 적용되지 않는
내년 입시에서는 수능 고득점자의 서울대 이탈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특차전형을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며 특차모집
합격자도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있도록 교육부에 요구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키로 했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