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은
천년을 두고 떨어져서
바위에 구멍을 뚫는다.

그러나 돌멩이는
만년을 두고 몸부림쳐도
호수에 구멍 하나 뚫지 못한다.

이런 섭리로 하여
우리는 돌멩이와 물방울의
강도를 예측하지 못한다.

남들이 총알처럼 강하게
울부짖을 때
그래서 시인들은
바람처럼 노래한다.

시집 "풀잎"에서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