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켜온 통신주권인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통신서비스업체에 대한
외국인 투자한도를 조기에 그리고 대폭 확대할 방침이라는 소식을 접한
정보통신부 공무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일부에서는 외국인의 투자환경을 또하나 개선했다고 자랑하기 위한 정치권
의 한건주의, 통신서비스산업진출의 걸림돌을 없애려는 국내기업의 로비
등이 뒤얽혀 이런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 나왔다며 분개하고 있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국제협상을 통해 어렵사리 얻은 성과를 특별한
실익도 없이, 더구나 외국인이 희망하지 않는데도 투자한도를 늘려줄 필요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현재 33%인 국내 통신서비스업체에 대한 외국인 투자한도는 세계무역기구
(WTO) 기본통신협상에서 얻어낸 성과이다.

세계 69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94년 5월부터 2년동안 무려 14차례의
협상을 거듭하는 우여곡절을 거쳐 완전 개방을 주장하는 미국 등 선진국의
거센 요구를 어렵게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개방폭이 작고 시기도 늦추어서다.

정통부는 또 조기에 확대개방을 하더라도 특별한 외자유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현재 상장된 통신서비스업체가 SK텔레콤과 데이콤 등 2개사 뿐이어서
이들의 주식을 외국인이 한도껏 사더라도 3억-4억달러밖에 안된다는게
정통부의 관측이다.

올해부터 외국인투자가 허용된 데이콤 주식의 외국인지분이 겨우 0.23%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해 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통신서비스산업에 대해서는 WTO체제를 존중, 추가적인
개방을 요구하지 않는터에 오히려 국내에서 이문제를 끄집어내 외국의 개방
요구를 불러오는 우를 범하지 않는 신중한 대처가 필요하다.

정건수 < 과학정보통신부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