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를 낮추기로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간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우선
반가운 일이다.

40%에 가까운 고금리에 멍들고 있는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더욱 그러하다.

현재의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살아남을 기업이 없을 것은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에 금리인하는 따지고보면 당연하다.

문제는 내리는 속도와 방법이다.

정부와 IMF는 "단계적 인하"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는데, 그것 만으로는
앞으로의 금리추이를 전망하기 어렵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금리는 미조정이 당연하다.

미국 은행들의 우대금리는 내릴 때건 올릴 때건 0.5%포인트씩 변동시켜
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상황에서 이런 식의 금리조정은 말도 되지 않는다.

바로 그런 점에서 "단계적 인하"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좀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현재 금리는 여.수신 모두 대부분 자율화돼 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금리자율화원칙이 계속 지켜져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지만, 이번 인하과정에서만은 정책적인 판단에 따른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

우선 중앙은행과 시중은행들간의 RP(환매조건부 채권)금리 콜금리 등을
적정수준으로 내려 금리인하폭에 대한 정책판단을 숫자로 제시해야 할
것이고, 아울러 부실금융기관을 시발로 금융기관마다 다투어 내놓고 있는
고금리 수신상품에 대해서도 적절한 행정지도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은행에서도 확정금리 20%짜리 예금,평균배당률 25%짜리 신탁 등 초고금리
수신상품을 계속 내놓게 되면 "단계적 금리인하"는바람직한 모양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26%짜리 확정금리부 수신상품까지 쏟아놓고 있는 일부 종금사의 움직임을
지켜볼 때 더욱 그런 우려를 떨쳐버리기 어렵다.

작년 11월만 해도 콜금리는 14%대였다.

현재 25%선인 콜금리를 한꺼번에 그때 수준으로 되돌리기는 어렵겠지만
금리인하는 가능한한 빨리 큰 폭으로 이뤄져야 한다.

나이스 IMF협의단장은 환율이 완전히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확신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지적, 과도한 금리인하는 자칫 환율불안을 재연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그의 주장도 경청할 만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최근의 금리와 환율움직임을 보면 환율이 오른 날 금리도 오르는
형태로 동일한 방향의 움직임을 보인 날이 그 반대인 경우보다 별로 적지
않다.

이론상 당연히 반대방향의 움직임을 보여야할 두 정책변수가 왜 이런
양상을 나타냈을까.

우리는 그 원인을 심리적인 측면에서 찾는다.

금리상승, 그로 인한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는 환율안정에도 역작용을
하게 마련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의 환율과 금리정책에 대한 판단은 바로 그런 측면을
감안해야 한다고 본다.

과감한 금리인하로 기업들의 자신감을 되살려야 환율도 안정되고 경제도
산다.

오는 17일 IMF이사회가 열리기에 앞서 금리인하가 가시화되기를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