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제도' 어디로 가야 하나] (4) '채권자는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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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7일 대법원은 의류업체 논노에 "치료불능" 판정을 내린다.
92년 2월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 회사가 법원의 절차폐지결정에
불복해 낸 이의신청에 대해 최종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로써 이회사는 다시는 돌아오지못할 루비콘강을 건너게된 셈이다.
1천3백여개의 협력업체를 거느린 논노의 부채는 모두 6천억여원.
돈을 빌려 줬던 수많은 채권자와 6만여명에 달하는 하청업체 직원들은
파산의 유탄을 맞을수밖에 없게 됐다.
주주들이 소유한 주식은 한낱 휴지조각으로 날아가 버릴 상황이다.
회사정리와 화의는 파탄직전의 기업에 회생기회를 주는 최후의 "처방전"
이다.
그러나 논노의 경우 최종 회생불능판정을 받기까지 무려 6년이나 걸렸다.
그만큼 채권자들은 엄청난 비용과 정신적 고통을 지불한 것이다.
이는 법정관리제도가 얼마나 채권자보호와 관계없이 운영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지난 90년부터 95년까지 서울지법 본원에 회사정리를 신청해 재산보전처분
을 받은 24개 기업의 정리계획안이 통과되기까지 평균 2년5개월이 걸렸다.
96년 이후 회사정리를 신청한 기업중 정리계획안이 확정된 곳은 한군데도
없는 실정이다.
응급조치가 시급한 기업들엔 이같은 기간은 너무나 길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병원에서 다른 병까지 얻을 위험마저 있는 꼴이다.
이는 비현실적인 정리계획안에 원인이 있다.
회사정리의 경우 최고 20년짜리 정리계획안을 만들 수 있다.
목표는 추가차입금이 없는 상태에서 부채가 0인 기업으로 만드는 것.
한보의 경우 부채가 20조원인데 20년안에 이를 상환토록 할 경우 이자를
포함해 매년 7천5백억원을 갚도록 계획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상적인 기업도 불가능한 것이다.
현실성 없는 숫자놀음에 채권자들은 "골병"들게 된다.
책상에서 그려지는 법원의 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사후관리도 문제다.
"판사가 공장 한번 방문하지 않고 모든 결정을 내린다. 종업원이 다 떠나고
텅 빈 공장인데도 재산보전처분은 내려진다. 주거래은행의 동의여부도 확인
하지 않는 것은 다반사다"(시중은행 특수영업담당자)
1차 이해당사자인 채권자들을 의식하지 않고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정관리기업의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도 할 말이 많다.
지난 15일 화의를 신청한 나산의 경우 1차부도는 13일 났다.
그러나 기업공시는 없었다.
해당기업은 물론 주거래은행이나 금융결제원 어느 한곳도 시장조치의 1차적
책임이 있는 증권거래소에 이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
금융실명제법상 이해당사자가 아닌 증권거래소에까지 통보하는 것은 위법
이라는 이유에서다.
당연히 주식은 정상거래됐고 이날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하루 뒤 날벼락을
맞았다.
화의나 회사정리의 경우도 법원이 증권감독원에 통보는 하지만 거래소에는
알리지않는다.
채권자나 투자자가 법정관리 절차에서 소외돼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많다.
"회사의 갱생여부는 법원의 법률적 판단사항이 아니다. 이는 자기위험을
무릅쓴 투자자(채권자)의 판단이다. 법률적인 권리변동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오수근 인하대 법대교수)는 관점인 것이다.
정부가 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여기에 채권단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라
가선 곤란하다는 얘기다.
기업의 자산가치를 최대한 보전하면서도 채권단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특별취재팀=남궁덕.김문권.이심기.김인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5일자).
92년 2월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 회사가 법원의 절차폐지결정에
불복해 낸 이의신청에 대해 최종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로써 이회사는 다시는 돌아오지못할 루비콘강을 건너게된 셈이다.
1천3백여개의 협력업체를 거느린 논노의 부채는 모두 6천억여원.
돈을 빌려 줬던 수많은 채권자와 6만여명에 달하는 하청업체 직원들은
파산의 유탄을 맞을수밖에 없게 됐다.
주주들이 소유한 주식은 한낱 휴지조각으로 날아가 버릴 상황이다.
회사정리와 화의는 파탄직전의 기업에 회생기회를 주는 최후의 "처방전"
이다.
그러나 논노의 경우 최종 회생불능판정을 받기까지 무려 6년이나 걸렸다.
그만큼 채권자들은 엄청난 비용과 정신적 고통을 지불한 것이다.
이는 법정관리제도가 얼마나 채권자보호와 관계없이 운영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지난 90년부터 95년까지 서울지법 본원에 회사정리를 신청해 재산보전처분
을 받은 24개 기업의 정리계획안이 통과되기까지 평균 2년5개월이 걸렸다.
96년 이후 회사정리를 신청한 기업중 정리계획안이 확정된 곳은 한군데도
없는 실정이다.
응급조치가 시급한 기업들엔 이같은 기간은 너무나 길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병원에서 다른 병까지 얻을 위험마저 있는 꼴이다.
이는 비현실적인 정리계획안에 원인이 있다.
회사정리의 경우 최고 20년짜리 정리계획안을 만들 수 있다.
목표는 추가차입금이 없는 상태에서 부채가 0인 기업으로 만드는 것.
한보의 경우 부채가 20조원인데 20년안에 이를 상환토록 할 경우 이자를
포함해 매년 7천5백억원을 갚도록 계획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상적인 기업도 불가능한 것이다.
현실성 없는 숫자놀음에 채권자들은 "골병"들게 된다.
책상에서 그려지는 법원의 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사후관리도 문제다.
"판사가 공장 한번 방문하지 않고 모든 결정을 내린다. 종업원이 다 떠나고
텅 빈 공장인데도 재산보전처분은 내려진다. 주거래은행의 동의여부도 확인
하지 않는 것은 다반사다"(시중은행 특수영업담당자)
1차 이해당사자인 채권자들을 의식하지 않고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정관리기업의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도 할 말이 많다.
지난 15일 화의를 신청한 나산의 경우 1차부도는 13일 났다.
그러나 기업공시는 없었다.
해당기업은 물론 주거래은행이나 금융결제원 어느 한곳도 시장조치의 1차적
책임이 있는 증권거래소에 이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
금융실명제법상 이해당사자가 아닌 증권거래소에까지 통보하는 것은 위법
이라는 이유에서다.
당연히 주식은 정상거래됐고 이날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하루 뒤 날벼락을
맞았다.
화의나 회사정리의 경우도 법원이 증권감독원에 통보는 하지만 거래소에는
알리지않는다.
채권자나 투자자가 법정관리 절차에서 소외돼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많다.
"회사의 갱생여부는 법원의 법률적 판단사항이 아니다. 이는 자기위험을
무릅쓴 투자자(채권자)의 판단이다. 법률적인 권리변동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오수근 인하대 법대교수)는 관점인 것이다.
정부가 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여기에 채권단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라
가선 곤란하다는 얘기다.
기업의 자산가치를 최대한 보전하면서도 채권단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특별취재팀=남궁덕.김문권.이심기.김인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