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수출업체들이 주력시장인 동남아의 외환위기, 국내은행의 보증기피,
자금부담 등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4일 통산부와 수출보험공사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이 발전설비 유화설비 정유관련기자재 등 대규모 플랜트발주를
잇따라 포기하거나 연기하고 있어 그동안 이 시장에 의존해온 국내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수도권전철사업을 연기했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도
발전소 유화플랜트사업 등을 중단하거나 신규발주를 전면 동결한 상태다.

현대 대우 한국중공업 관계자들은 "금년 동남아국가의 신규발주는 거의
기대할수 없으며 기존 공사의 대금회수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수출보험공사 관계자도 "플랜트업체들은 중동 동구권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국내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방어에 급급한 나머지
입찰보증서 계약이행보증서 등의 발급을 꺼려 입찰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업체들은 해외공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설비기자재 등을 해외에서
조달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국내은행을 통한 대규모 수입신용장
개설이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공사기간중 발주처로부터 받은 대금(공사기성)과 투입
비용의 부족분을 은행차입에 의존하기 마련인데 국내은행이든 현지은행이든
돈줄을 죄고 있어 자금회전이 안된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는 "국내은행들의 입찰보증서 계약이행보증서 선수금환급보증서
등 각종 보증서 발급업무부터 정상화돼야 수주활동을 펼수 있다"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동우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