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협이 생산물의 직거래를 통해 가격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지시는 당연하면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환율상승으로 온갖 물가가 다 오르고 있어 서민생활의 위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때문에 우리 힘으로 가격을 안정시킬수 있는 가능한 방법이 있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게 생각한다.

뿐만아니라 농.축.수산물은 복잡한 유통구조로 인해 농어민들은 헐값에
중간상인들에게 넘기고 있는데 반해 소비자들은 산지가격의 몇배에 달하는
비싼 값으로 구입해야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농어민의 정당한 소득보장이란 차원에서도 그 필요성은 크다.

그에 대한 논의와 개선책이 그동안 수없이 많이 나왔고 이를 시정하기위한
노력도 적지않았다.

예컨대 농수산물도매시장의 확충과 물류센터개설등은 아직 실제운영에서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유통단계 축소에 어느정도 효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또 농수산물의 직거래는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수많은 생산자와 수많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그래서 협동조합들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기는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직거래 알선비용이 유통비용을 능가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과같이 "알뜰장터"수준의 직거래에 그칠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할수 있는 적절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특히
유통비용절감의 핵심인 물류시설의 확충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김당선자의 지적중에서 우리가 더욱 주목하는 것은 "물가안정에
적극적 역할을 하지않으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은행기능을 못하도록 하겠다"는
대목이다.

물론 꼭 그런 조치를 하겠다는 의지로는 보이지 않는다.

경고의 의미로 받아들여도 충분할듯 싶다.

하지만 농어민들의 이익단체인 농.수.축협이 지금까지 얼마만큼 본래의
기능과 역할에 충실했는지는 스스로 반성해보아야 할 일이다.

그중에서도 과도한 금융업무에 치우쳐 생산자보호와 유통지원, 영농혁신,
가격안정사업 등 본연의 업무가 상대적으로 소홀함이 없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시내에 농.수.축협의 영업점이 그토록 많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신용사업이 농어민을 대상으로 하거나 도시지역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이익을 많이 내서 이를 농어촌사업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의 문제다.

특히 금융부문의 부실화로 인해 다른 부문이 영향을 받는다면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생각한다.

지금 국내금융기관들은 대변혁을 겪고 있다.

정부는 조직 개편작업에 나섰다.

농.수.축협이라고 예외일수는 없다.

재무구조 건실화의 노력과 함께 농어민을 위한 협동조합에 걸맞도록 기능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근래들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조직의 관료주의적 경직성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이번 기회에 농어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