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매상들의 부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출판유통업계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출판인포럼(대표 김언호) 회원사 등 출판사 대표 40여명은 4일 서울
사간동 출판회관강당에서 도매상부도 관련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새
대통령과 국민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출판인들은 이 자리에서 "출판유통 안정을 위해 도매상 합병.대형화 등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정부측에 추가부도 방지를 위한 금융지원과
제2금융권의 어음할인 등 긴급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출판계의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을 위해 "출판유통발전위원회"를
구성키로 하고 "출판과 서점계 회생을 위해 5백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해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다.

이날 회의는 국내 2위의 도매상 송인서림(대표 송택규)이 63억원의 어음을
결제못해 지난 2일 최종부도처리됨에 따라 긴급 소집됐다.

조근태 현암사대표와 박기봉 비봉출판사대표 등은 이자리에서 "현재의
난립된 도매상을 3~4개의 대형기구로 정리해 유통현대화를 이룩해야
한다"면서 "초대형 단일기구보다 경쟁체제가 유지되는 복수기구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도매상 부도는 서울의 청송 한솔서적 지구문고, 천안
동방서적, 창원 경남도서유통, 경주의 새벌서적, 광주 호남서적 등에 이어
송인까지 쓰러지는 사태로 확산됐다.

베스트셀러 출판사들의 경우 대형도매상의 잇단 도산으로 누적 피해액이
9억~10억원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나라 출판유통계는 1만2천여개 출판사가 70여 도매상과 거래하고
그 도매상이 다시 5천3백여개의 서점과 거래하는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대여점 증가및 참고서시장 축소로 인한 소매상 위축이 유통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도시 소매점들이 대형화되면서 출판사와 직거래, 물류비 부담이 커지고
과도한 경쟁을 벌인 것도 도매상 부도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