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던 출조일을 앞두고 퇴근후 낚시간다는 핑계로 구석진 방에서
낚싯대를 손보고, 찌를 열심히 맞추고 있노라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마음은 어느새 훌쩍 낚시터에 가 있는 듯 하다.

어린시절 소풍가기 전날, 밤새 뒤척뒤척 잠을 못이루듯이 낚시터에 간다면
설레는 마음을 주체못해 밤새 잠을 설쳐버리고 마는게 모든 조사님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동해안에서 태어난 나는 바다낚시만 하면서 살아와서 민물낚시는 별
관심이 없었으나 회사에 입사한후, 당시 같은 부서에 계셨던 낚시회장님의
물량공세(헌 낚시장비 받음)에 넘어가 매주 주말이면 전국의 저수지를
누비고 다녔었다.

새벽녘 저수지 수면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함께 아침을 맞느라면
어느새 세상의 근심걱정과 온갖 스트레스는 강물따라 흘러가 버리고
다음주, 다음달은 또 어디로 갈까하는 가슴설레는 청사진을 머리속에
그려보곤 하는 것이다.

우리 신화낚시회는 많지않은 인원이지만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아래 매년
대여섯번의 출조를 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터넣고 소줏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자연의 고마움을 배우며 아울러 회사의 발전을 위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만남의 장이 되고 있다.

낚시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필자는 낚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환경을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환경을 지키는 낚시인"이 되는
것을 신화낚시회의 97년 목표로 삼아왔다.

얼마전에 있었던 직천저수지 출조.

이것저것 준비해야하는 나는 한밤중 비몽사몽간에 서울을 먼저 출발해
낚시터에 도착하니 전날 밤낚시하던 사람들의 야광찌들이 저수지
여기저기를 수놓고 있었다.

간단한 시조회 행사준비를 마치고 새벽공기를 마시고 있자니 드디어
신화의 조사들이 하나둘씩 부스스한 눈으로 도착, 마음 속으로 모두
고래같은 월척을 꿈꾸고 있다.

필자의 간단한 인삿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두들 낚싯대를 펼치고
붕어와의 전쟁을 시작!

오후 4시 계측시간.

상품에 눈이 먼 직원들은 저마다 조금이라도 큰 붕어를 꺼내느라 정신이
없다.

올 시조회 대상은 신입사원!

아마도 부서 동료들이 밀어주지 않았을까.

다시 한번 우리는 환경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기로 다짐하며 모두들 월척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한채 종종걸음으로 버스에 몸을 싣는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