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정보기술로 무장하면 IMF한파가 두렵지 않다"

브라운관 생산업체인 삼성전관.

이 회사는 올해말까지 3천억원의 여유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IMF영향으로 감원을 해서라도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다른 기업들과는
경우가 사뭇 다르다.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사정을 들여다보면 수긍이 간다.

이 회사는 지난 95년말부터 새로운 정보기술(IT)로 매출증대와 비용감소를
철저히 준비해와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를 위한 비장의 무기는 ERP.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으로 풀이되는 ERP는 한 기업의 전사업부문에서
운영되는 정보를 물흐르듯이 연동시킬 수 있게 하는 신개념의 정보시스템.

판매직원이 자재부의 재고관리상태를 클릭만으로 바로 파악할 수 있을뿐
아니라 개발부서에서도 실시간으로 사내의 매출현황과 재고현황을 볼 수
있게 된다.

당연히 각 부서가 업무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된다.

생산과 개발과정에서의 비용과 시간이 줄어들뿐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보유해 업무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삼성전관은 독일SAP사의 ERP인 "R/3"을 도입, 지난해 중반 국내 전
사업장에 대한 구축작업을 완료했다.

ERP도입으로 제품 주문에서 출고까지의 리드타임을 4분의1로 줄였다.

인력과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매출목표도 지난해보다 16% 높은 3조6천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경쟁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ERP구축으로 거둬들일 여유자금을 새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관의 예처럼 국내에서는 새로운 정보기술에 대한 성공사례가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한데 비해 해외에서는 성공사례가 널려있다.

특히 DW(데이터웨어하우스) DM(데이터베이스 마케팅) KM(지식관리) 등
새로운 정보기술을 이용해 막대한 비용절감 효과를 거둔 예가 많다.

미국 유니언퍼시픽철도사가 대표적인 케이스.

총 4천대의 기관차와 22만5천대의 열차를 2만3천6백마일에 걸쳐 운행중인
이 회사는 DW시스템을 구축해 연간 수천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DW는 말그대로 데이터의 창고로 수많은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한 후 이를
이용해 갖가지 경영정보를 뽑아내는 정보시스템.

유니언은 DW구축후 경쟁사와의 중복운행구간을 파악하고 이를 재조정해
매달 30만~40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제품의 최적 매매시점을 계산해 냄으로써 연간 1백만
달러의 세금을 절감했다.

세계적인 통신업체인 미국 MCI는 총 1억3천만명의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새로운 마케팅기법을 구사하는 DM시스템을 구축, 매년 1천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KM은 조직내에 흩어져 있는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통합관리하는 첨단
정보시스템으로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도입붐이 일고 있다.

국내 IT업계 관계자들은 "선진 기업의 예에서 보듯 어려울 때일수록
정보시스템에 투자해 지금의 IMF난국을 헤쳐나갈뿐 아니라 21세기도
준비하는 지혜가 절실한 때"라고 입을 모았다.

< 박수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