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이후 최고의 극작가"로 불리는 베르톨트 브레히트
(1898~1956).

독일 태생인 그는 2천여년동안 서구연극을 지배해온 아리스토텔레스의
카타르시스 이론에 반기를 들고 서사극 이론을 정립한 최초의 인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와 그 후예들이 관객들을 극에 몰입시켜 주인공과
동일시하도록 만든 다음 주인공이 느끼는 희노애락을 함께 느끼게 했다면
브레히트는 정반대의 기법을 사용했다.

즉 관객으로 하여금 무대위 사건에 끌려다니지 않고 객관적이고 냉정한
상태에서 그것을 지켜보도록 했다.

브레히트는 또한 리얼리즘연극의 대가다.

낭만적 요소를 배격하고 현대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적 갈등을 연극에
투영시켜 나치즘과 자본주의의 모순및 폐해를 고발하고자 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다리오 포가 "나의 정치풍자극은
브레히트에게서 많은 것을 빌려왔다"고 말한 것은 20세기 사실주의연극이
그의 영향력 아래 있음을 시사한다.

올해는 브레히트 탄생 1백년이 되는 해.

이를 기념, 국내학계및 문화계에서 대대적인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브레히트학회(회장 이재진 단국대교수)가 9월17~19일 서울 대학로
문예진흥원강당에서 여는 국제학술심포지엄이 대표적인 예.

주제는 "사회주의 이후 브레히트의 새로운 해석과 수용가능성".

얀 크노프 독일브레히트연구소장(칼스루에대 교수)과 K.D.뮐러 튜빙겐대
교수, 소고 타카하시 일본 동경대교수, 중국학자 1명및 이원양(한양대)
김형기(순천향대) 이승진(원광대) 송윤엽(한국외국어대) 오제명(충북대)
조길례(전남대) 교수 등 국내외 학자 10명이 참가한다.

이재진 학회장은 "브레히트는 정치경제적 갈등이 심한 시대에 많이 읽히고
공연됐다"며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80년대말 동구 사회주의 몰락으로
이데올로기 대립이 끝난 상황에서도 브레히트가 여전히 유효한가를
논의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90년대이후 브레히트에게서 이데올로기를 배제하고 극이론의
적합성만을 탐구하는게 세계적 조류가 된 이상 이번 심포지엄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극계에선 이때에 맞춰 브레히트 작품을 집중공연한다.

극단 학전이 "마하고니"의 번안작, 극단 민예가 브레히트 초기작인
"바알"을 9월중, 우리극연구소가 "호라치 사람들과 쿠라치사람들"을
9월중순~10월중순 선보인다.

극단 은빛고기떼가 2월15일까지 동숭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굿모닝
솔로몬"도 브레히트 원작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각색한 작품.

전국대학 연극영화과 학생들의 축제인 "젊은 연극제"에선 올해 주제를
"브레히트"로 정해 5월 축제기간중 모두 브레히트 작품을 공연하기로 했다.

이밖에 현대음악연구회는 "브레히트 텍스트에 의한 리사이틀"을 10월초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 계획이고, 한마당출판사는 8월 출간
예정으로 브레히트 희곡해설서를 준비중이다.

독일문화원은 9월 한달동안 브레히트관련 영화 12편을 문화원과 각
대학에서 상영한다.

문의 (032)860-8040.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