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의 한 간부는 철야협상이 한창 진행중인 5일 밤 "재신임 투표를
앞두고 민주노총 지도부가 과연 정리해고제 도입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회의장 주변에서 "사실상 타결됐다"는 얘기가 나도는데도 그는 신중한
입장을 바꾸려들지 않았다.

그는 이튿날 아침 노사정대타협이 도출되자 "다행히 내 예상이 빗나갔다"며
활짝 웃었다.

이 간부는 노사문제에 관한한 자타가 인정하는 전문가.

그의 예상이 빗나갈 만큼 이번 대타협은 극적이었다.

1월중순 노사정위원회가 출범한 이래 노동부내에서 대타협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결국 등을 돌리고 돌아설 것이라는 얘상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96년 노동법개정안때 팽팽한 노사 힘겨루기로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국회 날치기통과와 노동계총파업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계대표들이 지난번 노동법개정때 처럼 협상도중에 퇴장하는 도출
행동이 나왔을때는 역시 우리나라에서의 노사정 합의는 아직도 멀었다는
자조섞인 소리까지 나왔다.

그러나 노사정 대타협은 이루어졌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노사정 대타협이 가능했던 것은 무엇보다 우리가
처한 사정이 절박했기 때문이다.

국가경제가 위기에 처한 마당에 자기입장만을 고집할수 없다는 성숙한
노사관계가 밑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물론 대타협 내면에는 떳떳하지 못한 구석도 있다.

노동계가 지도부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근로자 권익과 무관한 사항들을
고집했다는 의혹을 버릴 수 없다.

노동행정업무를 노동부로 일원화한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지방자치단체
와 노동부로 이원화하기로 합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사소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타협에 대해 국민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김광현 < 사회1부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