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통신프로그램의 대명사 "이야기"로 유명한 벤처기업 큰사람정보통신
(대표 이영상.29)이 허위서류를 꾸며 벤처기업자금을 불법 대출받은 사실이
지난 6일 검찰에 적발됨에 따라 "큰사람 신화"가 침몰위기에 처했다.

< 본지 2월7일자 23면 참조 >

큰사람정보통신의 이사장은 회사가 자금난에 시달리자 지난해 12월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싯가 6억5천만원상당의 컴퓨터 6대 등 관련장비를
구입했다"는 내용의 서류를 가짜로 꾸며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연구관리단
에 제출, 대출 승인을 받은뒤 한국기술금융으로부터 4억6천5백만원의 벤처
자금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이날 검찰로부터 연구개발용 PC와 통신망운용서버를 포함한 모든
장비를 압수당해 연구개발업무가 마비되고 컴퓨터통신서비스가 중단되는 등
존립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업계는 이번 사건을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척박함을 드러내는 대목으로
보고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경북대의 컴퓨터동아리인 "하늘소" 회원들이 93년 설립한 대표적
인 벤처기업.

이들은 지난 89년 대학생 신분으로 국내 최초의 범용통신프로그램인
"이야기"를 개발, 사용자가 1백50만명을 넘을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며
우리나라 통신소프트웨어시장을 석권했다.

큰사람은 이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가 수여하는 "제1회 정보문화대상"을
비롯 "신소프트웨어 상품대상"과 "한글문화운동 공로상" 등 각종 상을 잇따라
수상, 국내 벤처기업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난 96년 상용화를 위한 첫제품 "이야기 7.3" 버전을 출시하기도
전에 불법복제된 제품이 통신망을 통해 대량 유통돼 회복하기 힘든 피해를
입었다.

큰사람정보통신은 이런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지난해 10월 신제품 "97년
이야기"를 발표하고 도약을 꾀하는 한편 "이야기 일본어판"을 개발, 일본
시장 진출을 추진해 왔다.

특히 불법대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사장은 기획이사인 부인과 함께 현재
15평의 작은 전세아파트에서 살면서 모든 수입을 회사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보화촉진자금의 불법유용은 이 회사만의 사례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수사진행과 "큰사람호"의 향방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유병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