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과 금리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조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한 기업부도는 오히려 늘어만 가는 추세다.

당좌거래 정지면단의 숫자는 요즘들어 매일같이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기업자금지원 활성화대책은 이같이 붕괴된 자금시장을
복원하고 기업부도사태를 해소하려는 노력의 한 갈래다.

종금사 폐쇄의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의 자금난해소를 위해 은행 투신및
증권업계와 외국인투자자로 CP소화처를 확대하는 한편 고금리를 선도하고
있는 신종적립신탁과 MMF(단기공사채형펀드)에 제동을 건다는게 골자다.

여기에다 신용보증기관및 부동산담보를 활용한 금융기관대출 활성화방안과
기업들이 건의한 단기회사채발행 허용이 포함됐다.

기업어음을 살수 있는 기관을 늘려 경쟁을 유도하면서 어음유통을 활성화
시키면서 특정상품으로 몰려드는 자금편중을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라 할수
있다.

이중 신종적립신탁의 중도해지수수료를 인상하고 MMF에 증권금융어음 등을
편입시키는 방안은 고금리를 진정시키는데 다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
된다.

그러나 MMF의 경우 금리가 1%포인트가량 떨어지는데 불과할 것으로 보여
근본적인 처방은 되지 못한다.

부도가 계속 늘어나 자금수요가 극에 달해 있기 때문에 고금리문제는 역시
환율이 안정되는 등 시간이 다소 지나야 해소될 수 밖에 없다는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기업들의 부도사태를 진정시키는 데도 당장 눈에 띄는 효과를 발휘할지는
불투명하다.

기업이나 금융기관들 사이에 ''나부터 살고보자''는 정글의 법칙이 만연하면서
우량기업이라도 언제 자금경색에 휘말려 도산할지 모른다는 불신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CP취급기관을 늘렸지만 은행계정의 경우 자기자본비율하락 우려 때문에
CP할인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불투명하며 투신사와 은행신탁에 허용되는
CP전용펀드도 기업부도에 대한 불안심리가 해소되는 것이 선결과제다.

시장을 개방했지만 외국인들도 국제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상향조정 이후
에나 CP매입에 나설 전망이다.

물론 한국의 금리가 높아 시장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거대기업
의 우량주력기업 어음 정도만 매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시장개방의 혜택을 일부 대기업만이 볼수 있다는 예기다.

회사채의 만기를 줄인 조치의 덕도 대기업이나 계산해 볼 일이다.

신용도가 회복되지 않는한 개방의 효과가 전반벅으로 나타나기 어렵다는
말이다.

특히 국가신용등급이 정크분드 수준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고금리를 노린
핫머니가 유입돼 시장을 교란할 가능성이 오히려 큰 상황이다.

당장 가시적인 효과가 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정부는 1년미만의 정기예금
금리인하와 신용보증기관의 보증활성화를 유도하기로 하는 등 "창구지도"
라는 비상수단도 상당부분 동원할 계획이다.

또 신용보증기관과 보증보험기관을 적극 활용해 금융기관에 대출을 독려할
예정인데 앞날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이 예전 같이 창구지도를
들어 줄지는 의문이다.

<김성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