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기업은 생물학적 수명을 뛰어넘어 무한히 존재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요즘 IMF 한파로 무수한 기업들이 도산하는 것을 보면 기업의 영속성도
허구임이 드러나고 있다.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적응하여 진로와 영역을 조정하지 못하면 사람이
병에 걸려 죽는 것과 하등 다를바 없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기업이 오래 사는 것은 시설이나 자본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움직이는 사람들에 의해 좌우된다는 학설이 유력하다.

글로벌시대라는 국제경제환경의 급변으로 기업간 생존경쟁이 격화되자
제일 먼저 고용구조가 파괴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노동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확보할수 있는 고용구조의 변화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시대에는 평균적인 인재들을 일괄 채용하여 충성심
있는 균질집단을 유지하는 것이 효율적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집단은 변혁이 요구되는 비상시에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균질성이 높은 집단은 정보의 생산력이 낮다는 것이다.

정보라는 것은 이질적인 리얼리티 사이의 낙차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업조직은 오랫동안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획일적인 고용구조와 균일한 노동조건이 장벽처럼 버티고 있어 노동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가로막았던 것이다.

능력있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복잡하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선 개성을 중시하고 조직내의 이질성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균질집단의 정체성을 타파하고 조직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일괄채용
폐지, 중도채용 활용, 성차별 철폐, 연령제한 해소 등 방안이 제기되기도
한다.

연령과 직책과 임금이 연동되는 시스템만 허물어도 정년같은 것은
필요없게 된다.

노.사.정간에 정리해고가 합의되어 우리의 고용구조에 태풍이 불것 같다.

경제가 회복된다 해도 종래의 고용구조로 되돌아갈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노동자간의 경쟁을 격화시켜 약육강식과
연대감의 해체를 몰고오지 않도록 신중할 필요는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