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금융위기를 계기로 국제적 비난을 받아온 국제통화기금(IMF)이
저개발24개국그룹(G24그룹) 회의에서 또다시 비판의 도마위에 올라 IMF
무용론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아시아금융위기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3일간 일정으로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리고 있는 G24그룹회의에 참석한 각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은 회의 이틀째인 8일 "아시아위기에 IMF가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위기가 더욱 악화됐다"며 "국제금융시장을 감시할
새로운 국제기구가 시급히 창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참석자들은 "아시아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거대규모의 자본이
아무런 제한없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IMF,
세계은행 등이 불과 수분사이에 수십억달러가 거래되고 있는 시장을 효율적
으로 감시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미 이코노미스트 헨리 카우프만도 기조연설에서 "IMF 등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오늘날 국제금융시장에는 부적절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며 "지금은 시장과 금융기관을 효율적으로 감시할 새로운 기구의
탄생을 논의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지난 71년 국제금융체제의 제3세계 지원을 강화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만든 저개발국모임인 G24그룹은 필리핀, 알제리,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모두 24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