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조물주의 무한한 조화앞에서는 불면 날고 쥐면 꺼질 연약한
존재이다.

강풍에 흩날리는 연기같은 허무 그 자체라고나 할까.

지금 직장인들은 IMF태풍앞에서 이같이 나약한 존재로 전락했다.

부처님 손바닥속의 손오공같은 몰골이 IMF손바닥속의 직장인들의
자화상이다.

평생일터에서 밀려난 직장인들은 하릴없이 산과 낚시터로 방황하는
쓸모없는 군상이 되었다.

명예퇴직당한 건설회사 간부가 산밖에 갈곳이 없어 매일 등산하다
추락사했다는 얘기는 우리사회의 한숨이다.

IMF신드롬이라는 각종 마음병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도 늘고 있다니 이
또한 처연하다.

더구나 학교를 갓 나온 새파란 젊은이들이 일터를 못찾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모습은 그 스산함이 더할 나위가 없다.

사람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있는 심란한 IMF환상에서 우리는
오라를 벗어날수 없는 죄없는 죄인꼴이 되었다.

이를 끊어버리려면 무엇이건 해야 한다.

그래야 살수 있고 실제로 전후에 우리는 이를 너끈히 해낸 경험이 있다.

허물어진 궁터에서 생명력 있는 잡초가 우거지듯 새롭게 뛰는 기업들도
무성하게 돋아날 수밖에 없다.

요는 어떻게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재배치하느냐가 문제다.

이는 말처럼 쉽지가 않다.

기업들은 안성맞춤인 인재들을 찾기가 힘들고 구직자들도 짚신도 짝이
있다고 자신의 일터가 있을법 한데 이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되어있다.

요새 여기저기서 취업박람회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지난주부터 본사1층에 상설채용박람회를 개설하여 구인
구직 만남의 광장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종래 채용박람회가 며칠 반짝하다 그친데 비해 이는 연중 계속 실시하는
것으로 구직자가 언제든지 찾아오면 구인기업이 대기하고 있다.

매일 10여개업체가 참여하여 현장에서 이력서 접수와 면접을 실시한다.

직종도 다양하다.

하루에 70~1백명을 채용한다.

구인기업이나 구직자 모두에게 희망의 장터가 되고 있다.

이곳의 광경은 IMF의 안쓰러움이 배어있지만 상설채용박람회가 추운
겨울밤의 어둠을 몰아내는 미명이 되리라 믿는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