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가 큰 고비를 넘기면서 기업들의 해외 현금차관 도입에도
물꼬가 트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 뉴욕 외채협상이 비교적 좋은 조건으로 타결되고 잇달은
개혁조치로 한국의 국제신인도가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외국인투자기업을
중심으로 외화차입이 활기를 띠고 있다.

10일 재정경제원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2월16일 기업들의 현금차관
도입을 전면적으로 허용했으나 해외차입선이 두절되면서 연말까지 실적이
5건 3천3백만달러에 그쳤었다.

그러나 지난달 뉴욕 외채 협상이 시작되고 해외금융기관들의 채권만기
연장이 가시화하면서 크게 늘어나 올들어 이날까지 17개사가
1억6천5백만달러를 도입 완료했다.

또 4개사 1억8천만달러의 도입신고서가 이미 접수되어 있고 새로
현금차관을 도입하기 위해 재경원에 도입절차 등을 문의하는 기업체
실무자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어 1.4분기에만 최대 13억달러까지
현금차관이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업별로는 롯데쇼핑이 일본 롯데로부터 리보(런던은행간금리)에
1.5%포인트를 더한 조건(4년만기)으로 1억달러를, 한국휴렛팩커드가
리보+0.8%에 3년10개월만기로 1억달러를 들여왔다.

또 헤라우스오리엔탈(반도체제조업)이 2천5백만달러(리보+0.25%)를
도입한 것을 비롯, 한국폴라(1천만달러, 연 2%) 린나이코리아(5백30만달러,
연 2.3%) 유호통상(9백60만달러, 리보+1.5%) 캠브리지(3백만달러, 연 5.0%)
US로보틱스(1천4백만달러, 연 5.84%) 등 중소기업들도 해외합작선
등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잇달아 현금차관 도입에 성공하고 있다.

또 고합그룹이 금명간 3억5천만달러를 도입할 계획이고 LG칼텍스가
합작선으로부터 2억달러를, 대한항공이 1억5천만달러를 도입키로 확정한
상태이다.

재경원 관계자는 요즘들어 하루가 다르게 외화차입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환율 안정세가 뚜렷해지면 현금차관 도입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