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정통연극과 실험연극을 공연해온 소극장들이 에로극단에 넘어가거나
카페 호프집 레스토랑 등으로 바뀔 것으로 알려져 "한국연극 1번지"
대학로가 연극의 거리 기능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이후 사실상 폐관상태에 있는 대학로 소극장들은 성좌 두레
뚜레박 하늘땅 정보 까망 등 10여곳.
전체 30여곳중 3분의1에 달한다.
대관 신청극단이 눈에 띄게 줄어든데다 대관을 해줘 연극을 공연해도
대부분 흥행에 실패, 대관료를 보장받을수 없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더욱 큰 문제는 문을 닫는 소극장들이 일시적으로 폐관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연극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는데 있다.
특히 일부 극장은 에로연극 위주 극단에 팔릴 위기에 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소극장 대표는 "현재 몇몇 소극장들이 에로극단과 협상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로 소극장들이 에로극장으로 바뀔 경우 실험성 강한 젊은 연출가들과
배우들의 설 자리가 줄어 한국연극의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
에로극장이 등장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90년대초까지 대학로 변두리에서 한두편씩 올려지던 성인연극은 94년께부터
전용극장을 갖게 됐다.
현재 대학로의 성인연극 전용극장은 P, A, K, M, Y극장 등 8곳이나 장차
더욱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IMF시대를 맞아 아예 "삐끼"를 고용, 대학로를 찾는 관객을
에로극이나 저질 코메디로 안내하는 지경에까지 도달했다.
이처럼 에로극장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소극장주들이 카페
레스토랑 호프집 등으로 용도변경을 도모하는 것으로 알려져 대학로연극
위기설을 증폭시키고 있다.
연극협회 관계자는 "일부 극장주들이 극장을 유흥업소에 팔거나 직접
술집 등으로 개조하는 것까지 고려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대학로에서 대중가수들의 콘서트가 갑자기 늘어난 것은 연극이 사라지는
현상의 또다른 단면이다.
평소 한달에 1~2회 열리던 콘서트가 2월에는 무려 5회나 마련된다.
한편 젊은 연극인들은 이같은 대학로 연극의 사양화를 막기 위해 제작비와
삭감, 공동창작 활성화 등으로 탈출구를 찾고 있다.
7일 선출된 박웅 연극협회이사장도 대학로가 문화특구로 지정될수 있도록
관계기관에 적극 요청키로 했다고 밝혔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