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청와대비서진 인선내용은 기대와 우려를 함께 갖게
한다.

우선 처음으로 복수의 내정자를 발표해 언론을 통해 여론의 검증을 받게
함으로써 의외의 인물이 등장하는 깜짝인사의 결점을 보완했다는 점에서
그 절차는 그런대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여론수렴이 결과적으로 당초의 인선구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형식적이 아니었느냐는 비판을 받을 여지도 있다.

어쨌든 김당선자가 처음으로 선보인 인사인데다 국정방향을 가늠해 볼수
있는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갖지 않을수 없다.

김중권 0비서실장 내정자의 설명대로 전문성 도덕성 개혁성 지역안배 등을
중시한 흔적은 뚜렷하다.

또 상당수의 테크노크라트들을 핵심에 포진시킴으로써 급격한 개혁보다
과도기의 안정유지에 역점을 둔 점도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사람 개개인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사람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성패를 가름한다고 본다.

따라서 청와대 비서실의 역할과 책무에 대해 보다 진지한 논의와 역할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본란이 어제도 지적한바 있지만 청와대 비서진 기능은 직제본래의
취지대로 참모기능에 충실해줄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해둔다.

사실 역대 어느정권이나 출범당시에는 비슷한 다짐을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능과 역할이 변질되곤 해왔다.

직급이 격상되고 수효가 늘어나기도 했다.

앞으로는 비서실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냄으로써 내각과의 정책조율에
혼선을 빚는 일이 없도록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 내부의 정책조정기능이 너무 다원화돼 있는 점도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김 비서실장 내정자는 경제수석 이외에 대통령 경제특보를 두어
정책기획수석과 함께 주요 경제정책을 협의, 결정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어떤 형식으로든 정책조정에 참여하게 될 대통령 직속기구인 장관급의
기획예산처, 총리실의 국무조정실까지를 염두에 둔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비서실 뿐아니라 모든 조직에 견제와 균형이 작동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김당선자의 생각으로 알려지고 있다.

독주를 막겠다는 점은 이해가 가지만 자칫 정책결정이 실기하거나 세력간
주도권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수 없음을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정책조정기능, 특히 경제정책결정에 있어 각 비서진은 물론
유사조직간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한계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인선에서 가장 많은 여론의 조명을 받은 사람은 김태동 경제수석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그가 교수시절 개진한 개혁적 시각이 결코 틀렸다고는 보지
않는다.

다만 이론과 현실에는 많은 괴리가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또 철저한 시장경제 신봉자라는 김실장의 설명대로 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언급한 점을 주시해 보고자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