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에는 역시 달러화가 최고인가 보다.

지난 9일 유럽외환시장에서 새삼 입증된 "교훈"이다.

갑자기 불거져나온 EMU(유럽화폐통합)연기론이 유럽외환시장을 마비상황
까지 몰고가면서 마르크화의 급등을 가져왔으나 결국 달러화의 강세로
평정됐음을 두고하는 얘기다.

발단은 9일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지 보도.

독일의 경제학자 1백55명이 내년 1월 1일 출범예정인 EMU를 연기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는 것.

독일경제부 자문위원인 만크레레트 노이에만 본대학교수가 중심이 된 이
선언은 현재의 유럽경제상황은 유로를 EMU를 출범시키기엔 적절치 않으므로
몇년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즉각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달러당 1.8088선에서 거래가 시작된 독일마르크화는 곧 1.8020으로 됐다.

가치급등이다.

"EMU가 연기되면 EU내 경제강국인 독일화폐가 당연히 강세를 보일 것"이란
분석에서다.

같은 맥락에서 이탈리아 리라화는 폭락했다.

마르크에 비해 0.13% 떨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독일 등 유럽관리들은 교수들의 선언을 "이상적인 상아탑의 우려"수준으로
폄하했다.

"EMU를 연기하는 일은 없을 것"(티트마이어 독일중앙은행장)이라는 분명한
대답도 나왔다.

분위기 반전으로 마르크화는 다시 약세로 돌아 1.8170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외환전문가들은 이날 "달러강세-마르크약세"를 EMU연기파동이 아닌
이라크사태쪽에 더 큰 원인을 두고 있다.

지구촌 한지역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등 위기상황이 발생할 때 전통적으로
나타나는 달러강세 현상이란 지적이다.

달러화가 엔화에 대해서도 123.91엔에서 124.15엔으로 올라가는 등 강세를
보인 것도 이를 말해준다.

이들은 이라크쪽의 긴장이 계속될 경우 달러화가 적어도 1.82마르크,
125엔선까지는 거침없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경제통신인 APDJ는 10일자 시황기사에서 "파이낸셜타임즈에 보도된 성명은
결국 시장에서 철저히 무시되었다"고 논평했다.

<육동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