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 기 소르망의 "열린 세계와 문명창조" (박선역
한국경제신문사), 일본 경제학자 이토 모토시게의 "신국제경제의 논리"
(류화선역 거름)가 나란히 출간됐다.

이들 책은 격변하는 지구촌을 문명의 충돌과 자본에 의한 통합이라는 서로
다른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제질서의 재편과정에서 나라간 경계가 의미를 잃어가는 시대에
강대국의 패권문화와 글로벌경제의 함수관계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동서양 학자의 관점으로 비교할수 있어 흥미롭다.

기 소르망은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세계화와 민족주의적 규범이 첨예하게
맞서는 현장을 국경에서 발견한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쪽에서는 진실 저쪽에서는 거짓"이 되는
접경지대.

분쟁에 휩싸인 국경지대를 거닐면서 그는 끊임없이 바깥으로 나가려는
"팽창"과 공동체 안으로 모이려는 "응축"의 두 패러다임을 끄집어낸다.

저자는 정치.경제뿐 아니라 종교와 인간의 감정까지 수출한다는 미국에
맞서 고유문화를 지키려는 민족주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며 미국중심의
세계화라는 용어 대신 "맥몽드"(McMonde)라는 말을 사용한다.

맥몽드는 매킨토시와 맥도널드의 앞글자에 세계를 뜻하는 프랑스어 몽드를
합성한 신조어.

미국과 유럽 캐나다 호주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그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독주를 경계하면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철학적
비판을 통해 맥몽드의 변방이 아닌 문명의 새로운 중심축을 창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족문명"의 다양성을 토대로 미국 유럽 아시아의 3대 중심축을
조화시키는 게 최대과제라는 결론이다.

이토 모토시게의 "신국제경제의 논리"는 갈수록 냉엄해지는 자본논리와
글로벌 경쟁체제의 명암을 다루고 있다.

"모든 것을 국제기준에 맞추고 무조건 국제경제 논리를 따르라"는 IMF의
요구로 곤욕을 겪고 있는 우리 현실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저자는 인력과 상품,자금이 국가간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시대에는
국경의 개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외환거래및
환율, 국제수지와 누적채무, 산업구조조정과 해외 직접투자, 앞으로 대두될
통상이슈 등을 일목요연하게 비춰준다.

미국금리가 상승하면 자산운용을 달러 기준으로 하는 게 유리하다든가,
지적재산권 보호는 기술개발을 촉진시키지만 너무 강하게 보호하면
기술이전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사례별로 설명한다.

미국이 호황이고 일본이 불황일 때 미국에서 투자와 소비가 늘고
자금수요도 왕성해져 금리가 올라가지만 일본에서는 저금리와 자금유출에
이어 엔화약세가 나타난다.

그러나 호경기인 미국의 대일수입이 증가해 무역수지가 일본흑자
미국적자로 반전되듯 국제경제는 서로 민감하게 맞물려 있어 나라밖 환경에
따라 탄력적인 경제정책을 펴야 살아남는다.

개별기업의 "무임승차" 욕심때문에 정부개입이 불가피했던 일본의 산업구조
조정과정도 눈여겨 볼만하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