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의 골프, 그 실체는 무엇인가.

골프는 "가장 상징적으로, 가장 지독하게" IMF한파의 영향을 받고 있는
분야이다.

지난 1월중 외산골프채수입이 단 한세트도 없었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도대체 "IMF 골프"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지 그 "흐름"을 짚어본다.

-이제는 법인카드를 골프장에서 쓰는 "간 큰 남자"가 없어졌다.

이제까지 한국의 골프는 비지니스골프가 많았다.

쉽게 말해 골프접대를 하며 그 당사자가 모든 경비를 혼자 부담하는
경우가 흔했다.

그 돈은 대개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그러나 요즘엔 도저히 그런식으로 법인카드를 쓸수 없는 상황이 됐다.

자리가 아무리 튼튼해도 골프결재를 올릴 분위기도 아니고 그럴 여유도
사라졌다.

하물며 자리가 불안한 임원들이나 고위간부들은 어떠하겠는가.

대부분 기업의 판공비가 사라졌다는 사실도 같은 맥락이다.

-사장님 골프는 어떤가.

요즘 "잘나가는" 중소기업체사장은 물론 없다.

부도만 안나면 다행인데 그렇더라도 미래가 너무 불안하다.

주위의 기업들이 차례차례 쓰러져가는 도미노현상속에 골프생각이 날리
없다.

언제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웬 골프인가.


-"보통사람들 골프"는 가장 치명적이다.

윗사람이나 스폰서친구들을 따라나가 치던 그 숱한 부장들이나 과장들의
골프는 "혜택"이 원천적으로 사라지며 올스톱됐다.

대다수 기업에서 요즘 30%감봉은 예사이다.

물가급등과 고금리를 감안하면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든 셈.

이는 간혹 자기돈을 내며 골프를 쳤던 사람들도 이젠 필드행을 꿈 꿀수
없다는 뜻이다.

또 전혀 그린피를 낼 줄 몰랐던 소위 "끗발있는"기관의 골퍼들도
"자기코가 석자"가 되며 골프를 잊는다.

요즘 "골프초대"라는 단어는 사전에서 아예 삭제되고 있다.

-설사 "걱정없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의 고정골프멤버가 대여섯명이었다면 한사람은 부도가 났고 한사람은
실업자가 됐고 한사람은 겨우 연명중이며 한사람은 시골로 내려갔다.

나머지 사람에게 라운드를 제의했을때도 "이마당에 무슨 골프냐"는 핀잔만
돌아온다.

한마디로 요즘엔 팀구성이 안된다.

어떤 골퍼는 멤버 한명을 구하는데 전화20통을 했다고 한다.

2인골프도 칠수 있다지만 그게 얼마나 재미없는지는 골퍼들이 더 잘 안다.

-"골프속의 골퍼"도 없어졌다.

레슨프로와의 라운드나 골프관련사업을 하는 골퍼들의 라운드도 없어지고
있다는 얘기.

특히 남편의 사회적위치가 불안하면 여성골퍼들부터 급감하기 마련이다.

<>.위와같은 흐름속에 골프장은 비고 골프매기도 실종됐다.

"언제까지냐"는 질문은 낭만적이다.

현재로선 어느누구도 예측이 불가능한것 같다.

골프기자가 이같은 글을 쓰는 것은 불행하다.

그러나 현상은 현상이고 골프쪽 사람들은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 김흥구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