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기업 정책의 올바른 방향 .. 김한응 <금융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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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응 <한국금융연수원 부원장>
당면한 경제위기를 시급히 극복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을 달성하는
정책수단이 우리 국민이 이상으로 삼고 있는 원칙에 얼마나 충실하냐 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다.
더욱이 그러한 원칙이 장기적인 경제번영과 국민생활의 질적 수준을
보장해주는 것일 때에는 이를 희생시키면서까지 단기적인 효과를 거두는
것이 정말 현명한 일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고 하겠다.
이러한 각도에서 볼때 최근 김대중 대통령당선자 측에서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재벌정책은 적어도 세가지 점에서 깊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첫째 사유재산제도의 정신에 위배되지 않느냐 하는 점이다.
민주사회의 기본원칙은 자유이며 그 "자유"의 핵심적 요소중의 하나는
개인의 사익추구본능을 보호하는 사유재산제도이다.
이번 재벌정책이 비록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보인다고 해도 사유재산제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면 그것은 사익추구본능의 마비, 기업가정신의 후퇴로
이어져 장기적으로는 금융실명제보다 더 파괴적일수 있다.
김 당선자측은 이러한 가능성이 없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비록 재벌들이 국민의 지탄을 받는 방법으로 재산을 모았다고 해도, 그리고
국가경제에 기여한 바가 전혀 없었더라도 사유재산제도를 신봉하는 민주사회
에서는 그들의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이들이 국가경제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았다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둘째로 국민이 "납득"하는 구조조정이 반드시 국가경쟁력을 높일수 있는
것이라고는 볼수 없다는 점이다.
국가경쟁력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며,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실한
해답을 갖고 있을수 없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일은 이것으로 대량실업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민감정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여 노조를 납득시키기 위해서 재벌들을 포함한
기업가들에게 변신할수 있는 운신의 폭에 제약을 가하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전자는 국민의 "납득"이 필요할수 있지만 후자는 냉정한 시장원리의 지배를
받는 것이므로 양자를 연관시켜서는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시장이 선호하는 상품, 시장이 선호하는 기업형태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으로서 정부는 기업이 그러한 변화에 신속하고 원활하게 적응할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한계를 넘어서는 안된다.
이 한계를 넘으면 그것은 이미 자유화가 아니며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셋째 어느 집단을 희생시켰으니 그에 따라 다른 집단도 희생하라는 것과,
어느 집단에 혜택을 주었으니 그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또다른 집단에
새로운 혜택을 주는 것은 모두 "규제"로 가는 길이다.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하려면 정부는 모든 이해집단이 각각 최선을 다할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할 일을 하나 더 보탠다면 이들 이해집단이 자기 영역에서
최선을 다할 때 달성할수 있는 비전(경제위기의 극복 등)을 보여주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각 재벌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여건은 서로 다를수 있고 설사 그것이
같다고 하여도 경영층의 인적 구성에 따라 다른 해법이 나올수 있는 것이다.
이런 다양성이 자유화의 장점인데 이를 무시하고 모든 재벌들에 일률적으로
같은 해법을 강요하는 것은 "정부 규제"의 전형이라고 하겠다.
효과도 확실하지 않는 정책을 모든 재벌에 일률적으로 강요하기 보다는
각 재벌들이 변신하지 않을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놓고 그들이 자기에
가장 맞는 방법으로 실험할수 있게 해야 한다.
능력이 있는 재벌은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재벌은 모방하거나
소멸할 것이다.
이런 방법은 우리 경제에 주는 충격도 가장 작고 자유화 원칙에도 맞는다.
지금 세계경제는 어디로 가는지 누구도 알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렇게 불확실한 때에는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이상에 맞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보다 더 좋은 정책이 있을수 없다.
현재 지적되고 있는 재벌들과 관련한 여러가지 문제점들은 금융산업을
선진화시키고 정경유착을 단절하면 저절로 해결될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벌의 기획조정실과 회장실을 해체하라든가, 금융기관들에 재벌기업을
감시하는 기능을 주는 것과 같은 반강제적 방법을 동원하려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다.
김 당선자측이 문민정부의 금융실명제와 같은 실책을 이 시점에서 범한다면
우리 경제는 회복될수 없을지도 모르는 지극히 위험한 단계에 있음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3일자).
당면한 경제위기를 시급히 극복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을 달성하는
정책수단이 우리 국민이 이상으로 삼고 있는 원칙에 얼마나 충실하냐 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다.
더욱이 그러한 원칙이 장기적인 경제번영과 국민생활의 질적 수준을
보장해주는 것일 때에는 이를 희생시키면서까지 단기적인 효과를 거두는
것이 정말 현명한 일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고 하겠다.
이러한 각도에서 볼때 최근 김대중 대통령당선자 측에서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재벌정책은 적어도 세가지 점에서 깊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첫째 사유재산제도의 정신에 위배되지 않느냐 하는 점이다.
민주사회의 기본원칙은 자유이며 그 "자유"의 핵심적 요소중의 하나는
개인의 사익추구본능을 보호하는 사유재산제도이다.
이번 재벌정책이 비록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보인다고 해도 사유재산제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면 그것은 사익추구본능의 마비, 기업가정신의 후퇴로
이어져 장기적으로는 금융실명제보다 더 파괴적일수 있다.
김 당선자측은 이러한 가능성이 없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비록 재벌들이 국민의 지탄을 받는 방법으로 재산을 모았다고 해도, 그리고
국가경제에 기여한 바가 전혀 없었더라도 사유재산제도를 신봉하는 민주사회
에서는 그들의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이들이 국가경제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았다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둘째로 국민이 "납득"하는 구조조정이 반드시 국가경쟁력을 높일수 있는
것이라고는 볼수 없다는 점이다.
국가경쟁력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며,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실한
해답을 갖고 있을수 없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일은 이것으로 대량실업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민감정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여 노조를 납득시키기 위해서 재벌들을 포함한
기업가들에게 변신할수 있는 운신의 폭에 제약을 가하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전자는 국민의 "납득"이 필요할수 있지만 후자는 냉정한 시장원리의 지배를
받는 것이므로 양자를 연관시켜서는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시장이 선호하는 상품, 시장이 선호하는 기업형태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으로서 정부는 기업이 그러한 변화에 신속하고 원활하게 적응할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한계를 넘어서는 안된다.
이 한계를 넘으면 그것은 이미 자유화가 아니며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셋째 어느 집단을 희생시켰으니 그에 따라 다른 집단도 희생하라는 것과,
어느 집단에 혜택을 주었으니 그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또다른 집단에
새로운 혜택을 주는 것은 모두 "규제"로 가는 길이다.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하려면 정부는 모든 이해집단이 각각 최선을 다할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할 일을 하나 더 보탠다면 이들 이해집단이 자기 영역에서
최선을 다할 때 달성할수 있는 비전(경제위기의 극복 등)을 보여주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각 재벌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여건은 서로 다를수 있고 설사 그것이
같다고 하여도 경영층의 인적 구성에 따라 다른 해법이 나올수 있는 것이다.
이런 다양성이 자유화의 장점인데 이를 무시하고 모든 재벌들에 일률적으로
같은 해법을 강요하는 것은 "정부 규제"의 전형이라고 하겠다.
효과도 확실하지 않는 정책을 모든 재벌에 일률적으로 강요하기 보다는
각 재벌들이 변신하지 않을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놓고 그들이 자기에
가장 맞는 방법으로 실험할수 있게 해야 한다.
능력이 있는 재벌은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재벌은 모방하거나
소멸할 것이다.
이런 방법은 우리 경제에 주는 충격도 가장 작고 자유화 원칙에도 맞는다.
지금 세계경제는 어디로 가는지 누구도 알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렇게 불확실한 때에는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이상에 맞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보다 더 좋은 정책이 있을수 없다.
현재 지적되고 있는 재벌들과 관련한 여러가지 문제점들은 금융산업을
선진화시키고 정경유착을 단절하면 저절로 해결될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벌의 기획조정실과 회장실을 해체하라든가, 금융기관들에 재벌기업을
감시하는 기능을 주는 것과 같은 반강제적 방법을 동원하려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다.
김 당선자측이 문민정부의 금융실명제와 같은 실책을 이 시점에서 범한다면
우리 경제는 회복될수 없을지도 모르는 지극히 위험한 단계에 있음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