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통화위원회(Currency Board)설치방침에 대해 국제전문가들은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 이유는 크게 국가신용도 외환보유고 대외부채의 세가지가 짐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통화위제도에서는 달러(기타 준비통화)에 대한 자국통화의 환율을 일정
수준에 묶고 이를 방어키위해 통화량과 외환보유고와 연계시키게 된다.

따라서 해당국 정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할 경우 달러화수요가 폭증하고
자국통화수요는 급감, 예금회수사태를 막기 위해 고금리가 불가피하게 된다.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고금리를 노린 외국투자가 들어와 일정
금리수준에서 균형이 잡혀야 한다.

인도네시아를 이같은 시스템에 대입시키면 우선 국가신뢰도에 큰 문제가
있다.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투자부적격" 국가로 등급을 매긴 상태다.

금리가 높다고 해서 외국인투자의 유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고금리는 장기화되고 국내경제활동은 극도로 위축되는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수하르토대통령이 통화위원회 설치방안을 들고 나온
것도 7선도전을 위해 난국타개용으로 들고 나왔다는 혹평도 서슴치않고 있다.

외환보유고와 대외부채의 규모를 봐도 인도네시아가 루피아화를 일정
환율에서 방어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인도네시아정부는 현재 외환보유고가 1백90억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외부채는 1천4백억달러정도이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50%로 매우 높은 편이다.

이 가운데 단기외채의 비중도 20%를 넘는다.

즉 국가신뢰도가 낮아 외채상환압력이 가해질 때 현재의 인도네시아 외환
보유고로는 통화가치를 방어해내기 어려운 형편이다.

한편 루빈 미재무장관의 냉담한 반응속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네시아의 통화위 설치문제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가 통화위를 설치, 성공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현재 유력시되는 기준환율(달러당 5천5백루피아)을 크게 올리고
IMF 등이 외환안정기금을 만들어 지원하는 길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