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지원안을 놓고 미국 행정부와 재계가 "공동 선전"을 구축하고 나섰다.
내로라 하는 80개 미국 대기업 총수들이 11일(현지 시간) 의회에 대해
행정부의 대 IMF 1백79억달러 지원계획법안을 승인토록 촉구하고 나선 것.
AT&T IBM GM(제너럴 모터스) 시티코프 엑슨 등 미국의 대표적 기업 총수
들은 이날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내 양대 신문에 2쪽에 걸친
전면광고 형식으로 대의회 공개 서한을 채택,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에
걸맞는 결단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특히 이 공개서한에서는 지미 카터와 제럴드 포드 등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포함, 정계 지도자들도 대거 동참해 향후 의회 내의 "IMF논쟁"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재계는 특히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 지도부가 IMF 출연금문제를
클린턴 행정부의 도 다른 관심 법안이 낙태 관련법과 연계시켜 "일괄처리"를
추진하고 있는데 대해 발끈하고 있다.
재계 대표를 맡고 있는 모리스 그린버그 AIG(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
회장은 "IMF가 아시아 국가들의 금융위기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해당 지역은
물론 미국의 국익까지도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 분명하다"며 의회의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재계 지도자들이 특히 의회의 주위를 환기시키고 있는 것은 아시아 시장이
무너질 경우 미국 경제가 입게 될 직접적인 피해.
예컨대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의 경우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로
수십억달러어치의 항공기 주문을 취소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생산량의 40%를 아시아에 수출하고 있는 농.축산업자들도 대 의회
로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도 이같은 재계의 대 의회
로비에 가세, 최근 공화당 의원들과 연쇄 접촉을 갖고 "만약 당신의 이웃
집에 불이 나서 그 불똥이 당신의 집으로까지 튈 위험이 있을 경우, 설령
그 이웃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일단 진화작업에 동참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고 한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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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와 낙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로 인해 요즘 미국행정부가 고민하고 있다.
최근들어 미국 의회에서는 행정부가 제출해 놓은 IMF지원안 논의때마다
낙태문제가 곧잘 언급되면서 낙태반대주의 의원들이 IMF지원안을 거부시킬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행정부는 동아시아국의 IMF프로그램 지원금 34억달러에 IMF출자
증액분 1백45억달러를 포함한 총 1백79억달러를 의회에서 타내야 한다.
이 세출건에 대해 의회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국제금융 안정과 미국의
국익을 위해 IMF지원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러나 의회의 낙태반대주의자들이 제동을 걸고 있다.
실제로 작년 11월 낙태반대주의 의원들은 34억달러인 동아시아국 지원금의
의회승인을 막는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괴력"을 발휘했다.
미국정치에서 보수층을 대변하는 공화당은 낙태를 반대해 왔으며 클린턴
대통령의 민주당은 낙태허용을 옹호해왔다.
공화당 안에서도 크리스토퍼 스미스 하원의원이 낙태반대론에 앞장서고
있다.
그의 주장은 미국민의 돈이 UN이나 IMF같은 국제기구 등을 통해 해외에
지원되더라도 가족계획(낙태허용)조직엔 지원금이 들어가지 않도록 제한해야
된다는 것.
실제로 하원외교소위원회의 소니 캘러헌 의장은 11일 로버트 루빈 재무
장관에게 IMF지원안에 가족계획단체 지원금지와 관련한 수정안이 붙지 않는
한 통과가 힘들 것이라고 은근히 경고했다.
캘러헌 의장도 낙태반대주의자다.
물론 민주당 의원들은 IMF와 낙태문제를 연결시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분개하고 있다.
클린턴행정부가 의회안에 있는 "낙태반대"라는 장애물을 넘을 수 있을지에
따라 이 지원금이 필요한 아시아IMF국들의 희비가 교차할 수 있다.
<양홍모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