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구조조정의 가속화를 위해 기업의 기존 상호지급보증채무를 신용
보증채무로 전면 전환해 줄 것을 촉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2일 오전 회장단회의를 갖고 다음달 1일부터 신규
상호지보가 금지되는 만큼 기존 지급보증채무도 금융기관에서 신용채무로
바꿔 줄 것을 차기정부와 금융권에 요청키로 했다.

손병두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복잡하게 얽힌 상호지보가 한계기업의 퇴출을
막고 있어 구조조정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국제수준에 맞춰
상호지급보증제도를 없애 버려야 한다는게 회장단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의 또 다른 관계자는 "공정위 등 정부 일각에서도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상호지보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며
"채무보증을 신용전환으로 우선 대체하고 금융기관과 각 그룹이 "재무구조
개선협약"을 마련하여 시행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계의 이같은 입장이 받아들여지면 신용도가 낮은 대기업 계열사의
경우 도산의 우려가 높아지는데다 채권단은 부실채권을 떠안아야할 가능성이
많아 금융권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7년4월 현재 30대그룹의 상호지보채무는 5대그룹의 10조8천억원을
포함해 모두 33조1천억원에 이른다.

회장단은 이밖에 결합재무제표에 국제적인 회계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외국
컨설팅기관에 용역을 거쳐 재계의 기준을 마련, 정부에 제출하고 기조실
폐지문제는 각사가 자율적으로 실천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는 전경련 회장인 최종현 SK그룹회장을 비롯 김우중 대우,
김석준 쌍용, 박용오 두산, 조석래 효성그룹회장 등 12명이 참석했다.

정몽구 현대, 이건희 삼성, 구본무 LG그룹회장 등은 선약을 이유로 불참
했다.

한편 비상경제대책위는 12일 대기업총수들이 상호지보채무를 신용보증채무로
전환시켜 달라고 정치권과 금융계에 요청키로 한 것과 관련, "은행자금을
그냥 달라는 것과 마찬가지 발상"이라며 전혀 고려치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권영설 김태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