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임원인사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건 아닌가.

이규증 국민은행장에 이어 정지태 상업은행장이 임기를 남겨 놓고 중도
퇴진키로 함에 따라 이런 의문이 퍼지고 있다.

김광현 장기신용은행장 등 초임만료인 은행장들마저 줄줄이 물러나자
상당한 "각본"이 있다는 시각이 강해지고 있다.

감독당국과 금융계 주변에서는 이와관련, 신정부가 <>외환위기및 부실경영
에 책임이 있는 은행장과 임원퇴진 <>장수은행장의 자연스러운 퇴진유도
<>낙하산인사와 선임때 잡음이 있었던 은행장의 퇴진유도라는 크게 세가지
원칙을 정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런 원칙에서 은행장과 임원교체를 단행하되 후임은 은행자율로 결정토록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소문의 연장선아래 이번 주총에서 10여명의 은행장이 중도퇴진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감독당국은 어떤 "가이드라인"도
지시한바 없다고 밝히고 있다.

감독당국의 고위관계자는 "과거엔 3연임 불가 등의 가이드라인을 은행에
내려 보냈으나 올해는 전혀 없다"며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뜻대로 은행들
이 자율적으로 인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신정부 출범이라는 사회분위기와 부실경영책임에 대한
비판여론을 은행들이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와관련, 지난 10일 은행연합회를 통해 각 은행에
"금융기관 인사에 관한 새정부의 방침 통보"란 제목의 공문을 보내
김당선자의 뜻이라며 "모든 금융기관의 인사는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주주총회 등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또 "새정부는 앞으로 어떠한 형태의 인사개입 또는 청탁도 허용
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인수위의 이같은 의지와는 달리 은행권에서 주총을 앞두고 본격적인
줄서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새정부의 "의지"가
어떻게 작용하고 "보이지 않는 손"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하영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