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원 < 세종M&A컨설팅 대표 >

기업은 여러 이해관계자 집단으로 둘러싸여 있다.

즉 경영권을 갖고있 는 대주주및 소액주주 경영자 종업원 금융기관
세무당국 소비자 납품업자 등이 있는데 M&A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각 이해
관계자 집단에 어떠한 득실이 있는지 따져 보자.

이들중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대주주및 경영자를 제외하고는 M&A로
인하여 경영권이 바뀌더라도 크게 관여할 바가 아니다.

즉 새로운 인수자가 기업을 좀더 효율적으로 경영하여 종업원의 복지를
향상시키고, 기업의 빚을 제때에 잘 상환하고, 이익을 많이 내어 세금을 잘
납부하고, 주주에게는 배당을 높게 주고,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을 싸게
공급하며, 납품업자에게 납품대금을 제때에 지불하면 그만이다.

이럴 경우 흑묘백묘 논리를 빌린다면 새로운 기업인수자가 외국인인들
별문제가 안되는 것이다.

다만 현재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대주주및 경영진은 그들의 기득권이
없어질까봐 걱정을 하게 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들에게도 반드시 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경영자에 대해 살펴보면 최고경영자및 임원진이 주어진 외부 기업
환경 안에서 훌륭한 경영자적 자질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
굳이 새로운 기업 인수자가 경영진을 전부 바꾸지 않을 것이며 설사 전부
또는 일부를 바꾼다 하더라도 그러한 경영자는 시장원리에 의하여 곧 새로운
기업의 경영자로 재취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경영권을 갖고 있는 대주주에 대해 살펴보자.

대주주에게는 경영에 직접 참여하거나 경영진을 구성할 권한을 갖고 있으며
지분율에 따른 배당을 받을 권한이 있는데 M&A로 인하여 경영권을 빼앗긴다
해도 후자의 권한은 그대로 갖고 있고 다만 전자의 권한만 잃게 되는 것이다.

대주주가 비자금의 조성및 사용 등 회사자산의 개인적 유용, 대주주의
또다른 기업을 위한 지급보증,자격이 떨어지는 친인척의 고용 등 회사의
가치를 저하시키는 경영행위를 함으로써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 있지
않다면 경영권을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회사의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투자자에게 빼앗긴다해도 별로 손해볼 것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 대부분의 이해관계자 집단은 M&A 시장개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권 탈취를 시도하는 투자자가 과연 회사의 가치를 현재의
경영권자보다 높일 수 있는 경영능력 및 자금력이 있느냐만 따지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만약 불순한 목적을 갖고 자질이 떨어지는 투자자가 M&A를 시도할 경우
소액주주 종업원 채권자들이 합심만 한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에서 서울의 몇몇 특급호텔들이 특수를 누릴 정도로 외국의
기업사냥꾼이 몰려오고 있다는 다소 걱정어린 보도를 본 적이 있다.

보도의 사실 여부를 떠나 필자및 몇몇 M&A 전문가들이 접촉한 국내기업
인수에 관심이 있는 외국 투자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다음과 같다.

첫째 그들의 시각에서 볼때 한국은 통화가치와 주가가 동반 하락하여 기업
인수 매력도가 높아진 아시아시장중 한 곳에 불과하며 둘째 고용조정법안이
통과되고 환율이 안정되어야만 본격적인 투자를 검토할 것이며 셋째 수익성
성장성 유통망 등 기업의 내재가치와 상호지급보증 등 우발채무 상황 등을
철저히 분석한 후 그들의 투자목적에 맞는 기업들이 M&A대상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대부분의 외국투자자들은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고
그들이 전략적 투자자(Strategic Investor)이건, 턴어라운드(Turn Around)
방식의 M&A를 노리는 파이낸셜 바이어(Financial Buyer)이건 간에 인수대상
기업의 가치를 향상시켜 이득을 볼 수 있는 확신이 설 경우에만 M&A를
시도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다만 이번 M&A시장 개방조치는 먼저 내국인에게 적대적 M&A시장을 활성화
시켜 시행착오를 점검할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하고 바로 외국인에게 개방
된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