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군단들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다.

흩어진 의결권을 모아 주주로서의 권리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외국인들도 주요주주로 등장하면서 회사를 상대로 주주권을 적극 행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정부는 투명한 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소액주주들의 권한행사요건을 대폭
완화하기로 해 소액주주들의 활동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 소액주주활동 =그동안 우리나라의 소액주주들은 부실경영에 따른 피해가
발생해도 소수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이익배당이나 주가차익에만 관심을 뒀지 회사경영에 대한 문제 제기는
등한시했다.

관심이 있어도 소송비용이 만만찮은데다 기업경영에 대한 정보부족과
경영진단능력의 부족으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시민단체인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가 적극 나서면서 소액
주주들의 내권리찾기운동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제일은행이 대규모 감자를 하자 주주권한을 침해했다면서
법원에 이사직무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액주주들은 은행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주식병합으로 재산상
피해를 보게 됐다며 감자를 결정한 이사들의 직무가 정지돼야 한다고 주장
했다.

이들은 이에앞서 지난해초 한보철강에 부실대출을 해준 혐의로 제일은행의
임원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 현재 서울지방법원에 재판이 계류중
이다.

참여연대는 오는 3월 삼성전자(부실경영및 부당경영권세습)와 SK텔레콤
(부당내부자거래)의 주총에서 주주권익 찾기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들은 삼성전자의 자동차사업투자와 SK텔레콤의 내부자거래에 대해 의혹을
제기, 이사들에게 책임을 추궁하겠다며 서울 여의도 등 증권가 일대에서
주주들에게 주총참여를 홍보하고 있다.

<> 외국인투자자의 움직임 =최근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들은 주주권한을
행사할 뜻을 공공연히 비치고 있다.

미국의 타이거펀드 코리아펀드 오펜하이머펀드 등 3개 펀드는 최근
SK텔레콤에 주주제안서를 보내 사외이사제를 도입하고 해외투자를 할때
주주의 동의를 얻도록 정관에 명시하라고 요청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퇴직연금기금(CalPERS)의 주주권행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 기금은 지난 92~93년 다른 연기금과 연합, 실적부진을 들어 GM IBM
웨스팅하우스 등 미국 굴지 기업의 최고경영진을 교체시킨 적이 있다.

또 지난 92년 일본에서는 노무라증권과 다이와증권에 부당거래를 이유로
사외이사선임을 요구한 적도 있다.

외국인들이 주주권한을 행사하는 경우는 부실경영으로 주주에게 손실을
입힐때, 주식내부자거래혐의가 있을 때, 타회사에 대한 지급보증규모가
과대할 때, 주식변칙증여및 상속혐의가 있을 때, 분식결산의 의혹이 클때,
작전에 의한 주가조작혐의가 있을 때, 대주주의 일방적인 경영이 심각할때,
배당액이 낮을 때, 대주주나 경영진이 총회꾼을 동원해 형식적인 주주총회를
개최할 때 등으로 알려졌다.

<> 신정부의 소수주주권 강화 =불법행위를 한 이사나 감사를 상대로 주주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요건이 완화된다.

대표소송을 제기하려면 지금까지는 1%이상의 주식을 보유해야 하지만
이번에 이를 0.05%로 크게 낮추기로 했다.

이에따라 이사나 감사가 자신들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경우 소액주주들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가 한결
쉬워지게 됐다.

이사해임을 청구할 수 있는 지분율도 현행 1%에서 0.5%로 낮아지고 회계
장부를 열람하기 위한 지분율도 3%에서 1%로 완화된다.

누적투표제도 도입돼 소액주주들은 주총에서 원하는 사람에게 표를 몰아줘
이사나 감사로 선임할 수 있게 된다.

<> 소수주주권의 남발경계 =참여연대의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인 장하성
고려대교수는 "소액주주운동이 부당하게 경영을 간섭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며 "다만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높여 자본시장의 시장기능이 작동
하도록 소수주주권이 신중히 행사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의 정준영 상무도 "기업경영의 투명성확보란 대세는
받아들여야 한다"며 "하지만 국내외 경쟁업체및 외국의 핫머니가 지분을
직접 확보하거나 소액주주들을 부추겨 회계장부열람권 등을 행사, 경영
비밀이 노출될 소지도 크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고위관계자도 "소수주주권행사가 남발된다면 자칫 기업의 신규
투자를 위축시키거나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차질을 빚게 할 수도 있다"며
"소액주주도 기업이 거둔 과실을 나눠 가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김홍열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