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그룹 소속 16개 주력기업의 경영권 획득에 필요한 자금이
6조7천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돼 외국인의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은 13일 "한국기업의 M&A노출도"라는 자료를 통해 최근
주가하락과 환율상승 영향으로 10대그룹의 핵심기업 인수비용은 기업별로
3천만~5억달러 내외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10대그룹 16개 핵심기업의 인수비용은 42억8천6백만달러(6조7천억원)로
지난해 미국의 M&A시장규모인 5천억달러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추정결과는 국내 상장기업의 대주주 지분율이 25.2%에 불과해
외국인이 33.3%의 지분만 확보하면 경영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기업별로는 한화그룹의 한화와 쌍용그룹의 쌍용양회의 경우 경영권
인수비용은 각각 2천3백억달러(3백60억원)와 3천2백만달러(4백99억원)
수준에 불과해 10대그룹 주력기업중 가장 손쉬운 인수대상이라고 분석했다.

삼성그룹의 삼성전자의 경우 인수비용은 17억9천만달러(2조8천억원)로
10대그룹의 16개 주력기업중 가장 높았으며 대우중공업은 5억9천만달러
(9천4백1억원), LG전자는 3억4천만달러(5천3백73억원), 현대중공업은
3억3천만달러(5천1백75억원)로 평가했다.

또 롯데제과는 3천6백억달러(5백63억원), 한화종합화학 4천만달러
(6백31억원), 선경 4천6백만달러(7백18억원) 등이었다.

연구원은 핵심기업의 출자 등을 통해 그룹 계열사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의 지배구조 때문에 핵심기업을 인수할 경우 그룹 전체에
대한 경영권 행사 마저 가능해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박영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