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의 겨울 정진기간인 동안거가 11일 끝났다.

동안거를 가졌던 사찰에서는 이날 기간동안 고생한 스님들을 위해
대중공양을 베풀었다.

동안거 해제뒤 월하스님과 각 총림방장들은 법어를 발표했다.

<>통도사 방장 월하스님 =향을 가지고 있으면 자연히 향내가 나는데
일부러 향내를 내려고 애를 씁니다.

자기가 닦은 수행력이 있으면 저절로 남이 알아주는데 구태여 자기가
깨달았다고 여러가지 표현을 하려 애쓰는 사람을 비유한 것으로 이런 사람을
살펴보면 미혹하고 어리석기 그지 없습니다.

아는 것이 많은 분은 어디 가든지, 또 범부가 보더라도 어딘가 모르게
편안함을 주어야지 언행이 남의 눈을 거슬리는 짓을 해서는 안됩니다.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원담스님 =삼동해제가 이 무슨 일인가/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네/이대로 저대로 되는대로/해마다 해마다
세월은 그런대로 지나가네/백운은 원래 뿌리없이 떠있고 맑은 물은 스스로
흘러 온곳으로 돌아가네/옛 뿌리가 반쯤 마른가지를 애써 지키더니/홀연히
듬성듬성 꽃을 피워 스스로 기이함을 보이네.

<>고불총림 백양사 방장 서옹스님 =봄날씨 따사로워 풀밭으로 몰려나가/
앉았다 걸었다 하기에 돌아갈 길 잊었네/황혼되자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져/
살갗이 비치도록 함빡젖고 말았네/악!

<>해인총림 해인사 방장 법전스님 =스승과 제자가 겨울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바닥없는 신 한켤레 삼아 놓았네/오늘에 이르도록 쓸모가 없어/온 식구
맨발로 밭노래를 부른다.

(중략) 한 뙈기의 밭을 일구니 밀밀히 후손들에게 전해졌고 두 때의 죽과
밥을 먹으니/도가 저절로 이루어졌구나.

< 오춘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