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한파까지 겹쳐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올 겨울이다.

그러나 훈훈한 봄바람은 동백꽃이 꽃망울을 터뜨린 남녁에서부터 서서히
불어오고 있다.

내주에는 학생들이 봄방학을 맞는다.

주머니가 얄팍하지만 모처럼의 봄방학에 가족들이 손을 맞잡고 서울주변의
"인류의 보물"을 섭렵해 보는 것은 어떨까.

손쉽게 찾아갈수 있는 수원 화성과 서울 종로3가 비원, 종묘, 창덕궁 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세계유산목록에 올린 우리민족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이다.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우리의 뛰어난 문화재를 자녀들에게 제대로
알려주는 프로그램으로 짜여진 외출은 새 봄을 맞는 최상의 가족나들이가
된다.

<>수원화성 =조선 정조 20년인 1976년에 축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성곽.

"성곽문화의 꽃"이라고 할 정도로 축성사에 있어 걸작건축물로 손꼽힌다.

정조는 억울하게 죽은 그의 부친 사도세자의 명복을 빌기위해 능을 양주
배봉산에서 당시 일등 명당지인 수원 화산으로 옮기고 새로운 사상으로
혁신정치를 펼치기위해 화산에 신도시를 건설했다고 전해진다.

화성의 총길이는 5천7백43m(4백21m 미복원), 창룡문(동문), 화서문(서문),
팔달문(남문), 장안문(북문) 등 4대문과 성곽 길목마다 볼만한 유적들이
즐비하다.

성문, 누대들의 건축양식들은 동양의 웅대함과 서양의 아름다움을
혼합시켜 놓은 것처럼 자태가 수려하다.

토성과 석성의 취약점을 보강하기위해 우리나라 최초로 대량생산한
벽돌과 자연석을 적절히 교각시켜 축성한 점도 눈여겨 볼점이다.

수원시내에 들어서면 도로곳곳에 화성의 각 시설물 위치를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어 찾아가기에 큰 어려움이 없다.

화성은 성곽을 따라 4대문과 포루 장대 암문등이 길게 늘어져 있는데
어느 곳에서 출발하더라도 성곽전체를 구경할수 있다.

차를 가져갈 경우에는 장안문과 화서문중간에 있는 장안공원 옆 도로변에
무료로 주차해 놓으면 편리하다.

관람은 장안공원을 출발, 장안문-동북포루-화홍문-방화수류정-창룡문-
봉돈-동이포루-동남각루-팔달문-팔달공원-서장대-화서문-서북공심돈의
순서를 밟으면 좋다.

일주하는데 대략 3-4시간이 걸린다.

시간여유가 없을 경우는 팔달문에서 시작해 창룡문으로 도는 길이 내성과
외성을 번갈아 볼수 있는 코스(약 2시간 소요)로 추천된다.

팔달문 주변에는 수원의 유명한 갈비집들이 20여곳이나 성업중이어서
한 숨 돌리며 별미를 즐길수 있다.

<>종묘 =조선시대 선왕들의 신위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장소로
조선 5백년의 숨결이 어린 곳이다.

도심속의 종묘는 콘크리트 숲속의 고도처럼 적막하고 유현한 느낌을 준다.

한겨울의 종묘는 정적이 짙게 깔려 있다.

그래서 더욱 이 곳에서는 후손들이 더 깊이 조상들과 교감할수 있는 지도
모른다.

종묘는 정전, 영녕전, 재궁, 향대청, 전사청, 제정, 악공청 등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25칸 3백91평인 정전에는 태조에서 정조까지 19명의 왕과 30명
왕비의 신위가 모셔져 있다.

영녕전에는 단종 등 16명의 왕과 추존왕, 왕비18명의 신위가 모셔져 있다.

또한 정전 담안에 공신당이 있는데 이곳에는 황희등 83명 공신들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다.

문의 :종묘관리사무소 (02)765-0195

<>창덕궁 =서울의 5대고궁중에서도 한적한 분위기와 고풍스런 정취를
만끽할수 있는 구중궁궐이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느낄수 있는 숲과 정원이 있어 외국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창덕궁은 고궁중에서도 비교적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는데다 일직선상으로
전각을 배치한 경복궁과 달리 지세에 따라 자연스럽게 건물들을 배치해
어느 궁궐보다도 한국적인 분위기를 잘 간직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정전인 인정전을 비롯 선정전, 희정당, 대조전이 있고 대조전뒤뜰엔
아름다운 후원이 자리하고 있다.

문의 :창덕궁관리사무소 (02)762-9513

< 노웅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