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훈 <대영 대표>

요즘 우리 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온통 경제 걱정이다.

그동안 달러 무서운 줄 모르고 해외에서 단기로 마구 차입해 중복
과잉투자하고 먹고 마시고 흥청거리면서 낭비한 결과이다.

외제브랜드 선호와 과소비, 부동산투기는 국제수지 적자의 원인이 되었다.

이런 과소비의 끝은 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로 전락하고 허황된 거품이
걷히자 겨울한파같은 경제 위기로 나타났다.

쏟아지는 외국언론들의 냉소적인 기사들.

"그처럼 빨리 부자가 된 나라도 드물고 그처럼 갑자기 모욕 당한 나라도
드물다"고 지적한 영국 이코노미스트, "국제금융 시장의 투자자들은 한국의
지불 불능상태를 우려한다"고 한 프랑스 르몽드지 등의 보도는 우리를
참담하게 한다.

우리경제는 조속히 신뢰성을 회복하고 국제신인도를 높여야 한다.

이번 IMF시대를 맞아 우리가 뼈저리게 배운 교훈이다.

우리는 잘못과 실패를 인정하고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이지만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먼저 가계는 인사치레 비용과 과다한 사교육비를 줄여 저축에 힘쓰고,
아껴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아나바다 운동 에 적극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

기업은 철저한 구조조정으로 수익성과 국제경쟁력을 갖춘 책임경영과
투명성을 보장해야 하고 장인정신에 입각한 업종의 전문성으로 기술투자와
합리적인 인재양성을 도모하며 강한 산업구조로 개편해야 한다.

구호에 그치던 과거의 개혁과는 달리 솔직하고 솔선하는 개혁 자세가
필요하다.

근로자도 기업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실업보다는 감봉을 감수하고 높은
생산성을 이뤄 노사가 힘을 합쳐 위기에 처한 기업을 적극 도와야 한다.

한편 환율상승으로 수출업체는 절호의 수출 기회를 맞고 있다.

우리의 높은 기술을 바탕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전환하면 얼마든지
세계시장 공략이 가능하다.

특히 세계 4위의 섬유 생산국으로 무역흑자를 시현한 효자산업 섬유업계에
거는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경제의 어려움을 정확히 인식하고 국가 위기마다 헤쳐나온 우리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단시일 내에 이 위기를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고통을 참고 견디는 강인한 의지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