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서 제출로 구조조정작업이 끝나는게 아닙니다. 본격적인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봐 주어야 합니다"

지난 14일 비상경제대책위원회에 구조조정계획서 제출을 마치고 나오던
모그룹 기조실의 한 임원은 비대위측이 각 그룹이 낸 계획을 평가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렇게 말했다.

특히 비대위 일각에서 비적극적인 그룹에 대한 세무조사 가능성까지 제기
되자 각 그룹은 매우 당혹해 하는 모습이었다.

기업들은 이에 따라 계열사의 매각이나 통폐합,인원의 정리 등 민감한
사안이 많아 자세한 내용을 담을 수 없었음을 설명하는 동시에 필요하다면
구두보고의 형식을 통해서라도 구조조정 계획 내용을 추가로 밝히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룹들은 또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미흡할지 몰라도 이 정도면 "명문화하는
수준에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라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키로 했다.

각 그룹이 비대위에 제출한 실천계획은 비대위 요구에 따라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상호지급보증 해소 <>재무구조 개선 <>핵심부문 설정 <>지배
주주 및 경영진 책임 강화 등 5개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기업들은 재무구조 개선, 지배주주 책임 강화, 기조실.회장실 해체
등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일정까지는 내놓지 못해 고민의 깊이를
드러냈다.

<> 경영투명성 제고

대부분의 그룹들은 결합재무제표 작성과 사외이사제 및 감사제 도입 등에
대해 관련법이 정비되는대로 계열사 정관을 개정, 실천할 것을 약속했다.

현대그룹은 대주주를 일부 계열사의 사외이사로 등재해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적극 추진키로 했다.

삼성과 두산의 경우도 주력계열사에 사외이사제를 도입해 보다 공개적인
경영을 펼치기로 했다.

동아그룹과 동부그룹 등은 작성지침이 확정되는대로 즉시 결합재무제표를
만들기로 했다.

<> 상호지급보증해소

전경련이 상호지보 채무의 신용대출 채무 전환 등을 차기정부와 금융권에
제안해 놓고 있는 점을 감안, 명확한 방침을 담은 그룹이 적었다.

일부 그룹은 현실적으로 대출금 상황이 어려운 만큼 계열사 통폐합 등을
통해 지보규모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향을 잡았다.

아남그룹은 계열사 매각을 통해 해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거평그룹은 22개인 계열사를 합병과 청산 등을 통해 16개로 축소하고 이를
통해 상호지보를 해소키로 했다.

아남과 거평 등은 지난해 30대그룹에 신규 진입한 만큼 불가피하게 해소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선 1년 정도 유예해 줄 것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 재무구조 개선

합작 등을 통한 외국자본의 적극적인 유치와 한계계열사의 매각을 통해
부채비율을 줄여간다는 계획을 잡았다.

삼성은 골그만삭스 펀드를 통한 외자조달과 포드 등 외국자동차회사와의
자본제휴 등을 실천계획에 포함시켰다.

삼성은 또 5년내에 부채비율을 1백50%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한화는 한화에너지를 외국메이저사에 매각하고 한화종합화학의 합작을
추진,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쌍용은 용평리조트와 은화삼CC 등을 조기에 매각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밖에 다른 그룹들도 한계계열사나 사업부문을 적극 매각키로 방침을
정했다.

<> 핵심부문설정

그룹들은 주력업종을 선정, 공표할 경우 주력에서 빠지는 계열사들이
동요할 것을 우려했다.

대부분 그룹이 서너개의 업종을 주력으로 명기한 것은 이 때문이다.

현대는 자동차 중공업 전자 등, SK는 에너지 정보통신 화학 등 4~5개를
주력업종으로 선정했다.

롯데는 유통과 식품 관광 등을, 동아는 건설 물류 금융 등을 각각 핵심
사업으로 꼽았다.

한진과 금호는 항공을 포함한 3~4개 업종을 집중 육성키로 했다.

<> 지배주주 책임강화

그룹회장이 이번 주총에서 주력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는 선에서 방향을
정했다.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은 삼성전자나 삼성물산 등의 대표를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김우중 대우회장도 (주)대우나 대우자동차 등의 대표이사에 취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현 SK회장은 (주)SK와 SK텔레콤 등 5개 주력사의 대표를 맡아 무한
책임을 선언키로 했으며 쌍용은 정계은퇴를 선언한 김석원 고문을 쌍용양회
의 이사로 등재할 계획이다.

[[[ 주요그룹 구조조정 계획 ]]]

<> 현대 <>

<>.주요내용 : 자동차 등 핵심업종 육성
사회이사및 감사제 도입
한계기업 정리
<>.비서실 혹은 기조실 운영 : 종합기획실 단계적 정리

<> 삼성 <>

<>.주요내용 : 골드만삭스펀드 등을 통한 외자유치 확대
이건희회장 1~2개 주력회사 대표 취임
사외이사제 도입
<>.비서실 혹은 기조실 운영 : 주력계열사로 기능 이관

<> LG <>

<>.주요내용 : 2002년까지 부채비율 200% 이하로 축소
상호지보 99년말까지 해소
한계사업 정리
<>.비서실 혹은 기조실 운영 : 기능 축소, 이사회 중심으로 운영

<> 대우 <>

<>.주요내용 : 외자유치 통한 재무구조 개선
계열사별 독립경영 가속화
김우중회장 1~2개 계열사 대표 등재
<>.비서실 혹은 기조실 운영 : 기능 대폭 축소하거나 주력사로 핵심기능
이관

<> SK <>

<>.주요내용 : 최종현회장 5개 계열사 대표 취임
최회장 보유주식 매각대금 1천억원 출자
<>.비서실 혹은 기조실 운영 : 경영기획실 99년 폐지

<> 쌍용 <>

<>.주요내용 : 용평리조트 은화삼CC 매각
김석원 고문 쌍용양회 이사등재
<>.비서실 혹은 기조실 운영 : 쌍용양회로 기능이관

<> 한진 <>

<>.주요내용 : 수송.물류업종으로 주력
<>.비서실 혹은 기조실 운영 : 기능축소


<> 한화 <>

<>.주요내용 : 한화에너지 등 매각
주력사 외국업체와 합작
김승연 회장 주력사 대표취임
<>.비서실 혹은 기조실 운영 : 구조조정 완료후 해체

<> 롯데 <>

<>.주요내용 : 유통식품 관광 등 주력육성
신격호 회장 주력사 대표취임
<>.비서실 혹은 기조실 운영 : 주력사 비서실로 기능이관


<> 금호 <>

<>.주요내용 : 항공 등 핵심업종 육성
<>.비서실 혹은 기조실 운영 : 단계적 축소

<> 동아 <>

<>.주요내용 : 건설 물류 금융 등 핵심업종 육성
<>.비서실 혹은 기조실 운영 : 단계적 폐지

<> 두산 <>

<>.주요내용 : 주류3사 통폐합
사외이사제 도입
<>.비서실 혹은 기조실 운영 : 구조조정 완료후 폐지

<> 아남 <>

<>.주요내용 : 계열사 통폐합으로 상호지보 해소
<>.비서실 혹은 기조실 운영 : 구조조정 후 주력계열사에서 흡수

<> 거평 <>

<>.주요내용 : 계열사 16개로 축소
<>.비서실 혹은 기조실 운영 : 단계적 폐지

<> 대상 <>

<>.주요내용 : 계열사및 보유부동산 매각
<>.비서실 혹은 기조실 운영 : (주)대상으로 이관

<> 신호 <>

<>.주요내용 : 제지 철강핵심업종 육성
<>.비서실 혹은 기조실 운영 : 단계적 축소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