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는 지금 "경영혁명"중이다.
혁명이라해서 대부분의 회사들이 "조자룡 헌칼"쓰듯 하는 "직원목치기"를
하는게 아니다.
열린 경영과 교육훈련강화가 양대축이다.
이를 통해 종업원들이 회사 실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직무능력을 높이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게 하려는 취지다.
불황기가 되면 기업들은 보통 경비절감차원에서 교육훈련비를 줄인다.
그러나 이 회사는 다르다.
과장급이상 관리자와 임직원 현장근로자들을 조별로 편성, 하루 8시간씩
18회의 교육을 시키고 있다.
저녁 근무조를 위해서는 새벽 3시부터 시작하는 교육프로그램도 있다.
교육내용은 회사의 실상 및 동종 업계 동향, IMF관리체제와 한국의
현실, 세계무역동향 등 다양하다.
직원들은 교육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연간 2천3백만개로 세계 4위의 생산능력을 갖춘 이 회사도 지난해
경영난에 봉착했다.
과다한 설비투자와 세계적인 공급과잉, 노사갈등이 회사의 목을 조른
것이다.
77일간의 파업끝에 노조간부 4명이 구속되고 급기야 경영권이 대우로
넘어갔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IMF 한파가 몰아닥쳐 회사의 장래에 대해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회사가 대량감원을 준비중이라는 소문에 근로자들은 크게 동요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서두칠 부사장이 사령탑을 맡으면서 분위기가 싹
달라졌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회사가 존재하는 한 감원은 없다"는 사실을 확고하게
밝히고 전 종업원에게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노사협의회를 활성화, 대화의 폭을 넓혔다.
회사의 매출및 부채현황은 물론 대외비였던 경영진단용역자료까지
공개하면서 회사의 생존전략을 노조와 머리를 맞대고 협의했다.
그가 직접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하루에 4차례씩 교육에 나서는 열의를
보였다.
이런 과정에서 얼어붙어 있던 근로자와 노조대표의 마음도 풀리기
시작했다.
시간외근무 수당을 받지 않기로 하는 등 노조의 태도가 눈에 띄게 변한
것이다.
이 회사 노사는 마침내 지난 연말 "회사살리기 공동실천 결의문"을
채택,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회사측은 고용안정 책임을 지고 노조는 생산성과 품질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골자다.
또 인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현장 작업자가 유지 보수업무도 하기로
했다.
서부사장은 "지금은 있는 것을 그대로 전달하는 열린 경영의 시대"라고
강조한다.
그는 있는 것을 그대로 전달해야 신뢰가 생기고 이를 바탕으로 경영의
비전을 제시해야 직원이 사명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을 지난해 2천3백억원에서 두배 가까이 늘어난
4천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경영정상화의 빛이 보인다는 자신감의 표출인 셈이다.
< 대구 = 신경원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