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가 끝내 일괄타결에는 실패했지만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한
나머지 경제관련법이라도 통과시킨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여야가 뒤바뀐뒤 열린 첫 임시국회에서 양측은 노동시장유연화를 위한
고용조정및 근로자파견제의 법제화를 제외하고는 정부조직개편 인사청문회
추경예산심의 등 중요한 대목마다 의견이 엇갈려 모처럼 조성된 고통분담
분위기를 흐린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우리는 회기연장중에라도 여야가 서로 한발씩 양보해 쟁점사항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기 바란다.

쟁점사항의 타결내용은 인사청문회법은 통과시키되 이번 조각에는 적용하지
않게 부칙으로 규정하고, 추경예산심의는 새정부 출범이후로 연기하며,
논란의 초점이었던 기획예산처는 원안대로 대통령직속으로 두되 여성부를
신설하고 중앙인사위설치는 백지화한다는 등으로 요약된다.

비록 한나라당이 인사청문회법안을 단독처리해도 법공포까지는 최고
15일이 걸려 오는 25일 출범하는 새정부의 첫조각부터 적용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우리는 며칠후면 물러날 현정부를 상대로 추경예산안을 심의할수
없다는 형식논리에 사로잡혀 추경예산심의를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이미 지적한바 있다.

특히 내일 한국에 대한 추가금융지원을 논의할 IMF이사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추경예산안이 당장 통과되지 않더라도 실행예산을 집행하면 되므로
굳이 이문제를 가지고 시비를 크게 벌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기획예산처 소속문제도 어차피 대통령중심제이고 IMF체제인데다 국회에
예산결산특위를 상설화하면 대통령의 독주는 어느정도 견제할 수 있다.

제도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운용의 묘를 살리는 지혜이며 자꾸 이문제로
다투는 것은 자칫 밥그릇싸움으로 비칠수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번 임시국회의 가장 큰 의의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및 기업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관련법안을 통과시킨데 있다.

고용조정제와 근로자파견제를 도입하는 대신 실업대책을 강화한 것은
우리경제의 구조조정을 위해 중요한 개혁으로 그동안 국내외의 주목을
받아왔으며 노.사.정합의를 이끌어낸 뒤에도 민노총의 총파업결의라는
고비를 넘기는 등 숱한 진통과 우여곡절을 겪었다.

또한 외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외국인의 적대적인 M&A를 허용하고
결합재무제표를 내년부터 앞당겨 도입하는 등 외자도입법 증권거래법
법인세법 공정거래법 개정에도 주목할만한 내용이 많다.

하지만 법제화 이후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벌써부터 산별노조의 조합원자격범위, 근로자파견제 대상업종, 소수주주권
발동요건, 해고근로자 우선고용제(리콜제) 시행범위 등을 놓고 이해갈등
조짐이 빚어지고 있다.

정치권은 이같은 갈등요인을 국회로 수렴해 원만히 조정함으로써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한 몫을 해야 할 것이다.

늦었지만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하는 정치권의 분발을 간절히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