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감독원이 각 은행에 보내온 "재무구조개선협정에 관한 지침"은 엄격히
따져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이 아니지만 대기업그룹의 관심이
엄청난데다 앞으로 적지 않은 변하를 몰고올 수도 있는 성질의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30대그룹들이 비상경제대책위에 제출한 대기업 구조조정계획과도
연관지어지는 사안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제도상으로 보면 대기업그룹들이 주거래은행에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내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74년 5.29조치로 금융단 여신관리가 제도화한 이후 대기업들은
여러차례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주거래은행에 낸 경험이 있고 현재도
협조융자 등 거액여신때는 부동산처분계획등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제출하고
있다.

이번에 은행감독원이 <>부채비율 축소 <>계열사및 부동산처분 <>차입금
상환은 물론 회장비서실및 기조실철폐 등도 포함된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제출받아 해당기업과 협약을 맺도록 각 은행에 지시한 것은 지속적으로
대기업그룹 구조조정작업을 추진해나가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비상경제대책위의 의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비대위가 엄격히 따져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는 한시기구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또 대기업 재무구조개선은 채권은행이 점검해나가는게
합당하다는 측면에서 은행감독원의 조치는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도 할수
있다.

은감원은 각 그룹이 신규사업에 투자할 경우 자금조달계획 사업전망 등에
관해 주거래은행과 사전협의토록 의무화하는 내용과 위반시 제재조치도
협약에 포함하도록 지시했는데 따지고보면 이 또한 새로울 것 없는 당연한
소리라고도 할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가 은감원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

정권교체기 등 변혁기마다 주거래은행제도및 여신관리협정 강화움직임이
불거지고, 그것이 차별적으로 운용돼 물의를 빚은 선례가 결코 없지않기
때문일 것이다.

80년대초 신군부가 등장하면서 이른바 국보위에서 9.27조치라는걸 내놨던
전례 등이 그것이다.

우리는 은감원이 이번 지침을 마련한 기본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대기업 재무구조개선등 구조조정은 미룰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신관리제도를 사실상 도입초기의 형태로 되돌리는 내용인 이번
은감원지침이 과연 얼마나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 경험에 비추어 그런 의문을 갖는다.

실제로 협약운용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는 업종에 따라, 또 같은 업종이더라도 투자기와
회수기가 큰 차이를 나타내게 마련이기 때문에 재무구조 개선대상인지
아닌지를 획일적으로 판정하는 것 자체가 경우에 따라서는 문제가 있을수도
있다.

운용의 잣대가 합리적으로 마련돼야할 것은 물론이고, 이 협약관련
자료들이 은행업무 이외의 용도, "언제든지 대기업을 혼내줄수 있는 자료"로
활용돼서도 안될 것은 물론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