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거래소를 서울에 설치할 것이냐, 아니면 부산에 세우는 것이 좋은가.

선물거래소 설립자금을 전액 부담하게 될 선물협회 20개 회원사들이 이미
지난1월초 15대5로 서울에 설치하기로 결정을 내렸으나 계속 이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재경원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지방경제활성화
차원에서 부산에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금주중에 임창열 부총리주재로 관계기관및 업계
연석회의를 갖고 이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는 김당선자가 정치 사회적 측면을 고려해 부산에 세우는 것이
어떠냐고 문제를 제기한 것은 매우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본다.

종전의 통치권자들이 김당선자와 같은 자세로 기간산업및 주요기관
입지를 정해왔다면 오늘과 같은 지역간 불균형이 불거지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볼수도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문제가 되고있는 선물거래소 입지문제는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시각과 논리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또 이 문제를 과연 정부에서 좌지우지할 성질의 것인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원.달러 환율관련및 금리관련상품 등 금융상품이 주종이 될 선물거래소는
은행 기업등 선물회사 고객과 금융감독기구가 집중돼있는 서울에 유치하는
것이 순리다.

장외 주식시장의 부산유치가 시장형성여건이 불투명하다는 판단때문에
무산된 상황인데, 원.달러선물 등 각종 파생금융상품을 취급하게될
선물시장입지로 부산의 여건이 성숙됐다고 보기는 더욱 어렵다.

선물거래소는 특히 외국 기관투자가 등에 대한 편의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볼때 그러하다.

외국의 경우에도 시카고와 뉴욕에 복수 선물거래소를 두고있는 미국
외에는 수도에 선물거래소를 두고있고, 서독은 금융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에
있는데, 국제 금융인프라가 가장 좋은 곳을 택했다고 볼수 있다.

만약 부산에 선물거래소가 설치된다면 선물회사들의 부담은 늘어날수
밖에 없다.

고객이 있는 서울과 거래소가 있는 부산으로 이원화된 운영체제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통신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전산시스템 장애등의 우려도
커진다는게 업계 주장이기도 하다.

업계부담은 늘지만 실제로 부산경제에 대한 기여도는 크지 않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부산시에서는 2만명의 신규고용과 7조원의 자금유입효과를 점치고
있으나, 업계는 완벽한 전산거래소의 특성을 감안할때 고용효과는
거래소직원과 선물회사 부산사무소 직원을 합쳐 5백명을 넘어서지 않을
것이라고 추산한다.

이 문제와 관련, 우리는 의사결정과정에 특히 깊은 관심을 갖는다.

선물거래소 인.허가권은 분명히 정부에 있지만, 그렇다고 설립및
운영비용을 회원사가 전액 부담할 민법상의 사단법인에 대해 그 위치를
정부에서 결정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시장경제, 민간주도형 경제운용을 운운하는 마당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 문제는 당사자인 선물협회에 맡겨두는 것이 옳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