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기업이 계속적으로 영업활동을 하기 위하여는 기업의 혈액인
자금이 끊임없이 공급되어야 한다.

이러한 자금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조직을 경유하여 기업으로
흘러들어오고 또 흘러나가고 있다.

이를 몸에 비유하면 혈액이 혈관을 통하여 배분 흡수되고, 몸을
유지시키며, 각 기관이 혈액을 생산하는데 협력하여 생명을 유지시키고 있다.

만약 이러한 유기적 협조체제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몸은
다른 비상수단을 강구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은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에 들어온 환자에
비유할수 있다.

지금 당장 긴급 수혈이 필요한데 의사가 환자에게 수혈을 할 때에는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응급환자를 위하여 몇가지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현재의 상법상 주권의 액면제도는 조속히 폐지하고 무액면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

사실 주권의 액면금액은 회사설립시 주금의 납입과 동시에 주권의 가치가
변동하기 때문에 발행된 이후에는 별 의미가 없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주식은 가치가 중요하며 액면제도가 진정한 투자자보호가 되는
장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상장기업은 주가가 액면금액 이하로 형성되어 증자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경제논리에는 맞지 않지만 대주주가 액면가로 증자를 하려고
해도 증자자금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상법상의 할인발행을 하기 위하여는
1회사성립일로부터 2년경과후 2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쳐 3법원의 인가가
필요하므로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어렵다.

무액면제도는 회사가 증자를 할때 증자할 금액과 시세에 따른 주당
발행금액과 발행할 주식수만 결정하면 되므로 기업이 자금조달을 하는 데에
기동성과 편리성을 발휘할수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증권거래법 제189조3으로 신설된 상장법인의
일반공모증자제도 취지를 충분히 살릴수 있다.

현재 거래법에는 이 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이를 시행하기 위한 구체적
싯가공모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이를 마련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무액면제도는 주권의 액면금액을 5백원으로 환원하자는 주장을 수용하면서
주권의 액면분할에 따른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수 있기 때문이다.

시세가 상당기간 고액으로 거래되어 시장성을 해친다고 판단되는 경우
주식을 분할하면 액면하향조정을 한 효과를 얻어 시장성을 높일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의 액면금액 5백원으로의 환원은 회사나 사회적으로 막대한 비용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절대 반대다.

두번째 현행 유상증자의 요건이나 한도규제는 배당실적을 중심으로
한 규제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투자자보호를 위해 배당요건은 필요하나, 배당을 하지 못했다고 하여
증자를 못하게 하는 것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그러므로 배당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증자목적이
분명하고 합리적이라면 감독당국의 일정심사를 거쳐 허용토록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더욱이 앞으로 2~3년안에 기업 재무제표가 투명화되면 배당요건을
충족시키는 상장기업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또 한도나 증자횟수에 대한 규제는 계열기업에 대한 출자나 상호지급보증
상호차입금규제 등을 통하여 증자자금이 불필요한 곳으로 흐르거나, 필요
이상의 증자가 되지 않도록 할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기업의 진정한 재무구조개선과 IMF시대의 대응은 유상증자뿐이다.

싯가에 의한 일반공모증자를 활성화하면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 대주주의
경영책임 강화, 외국인의 적대적 M&A에 대한 대응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혹자는 공모로 인한 물량확대로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고 반대할 수도
있으나 지금의 주가는 저점에 와있고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수지가 개선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주가가 낮은 상태에서 증자를 하는 것이 좋은지 아닌지는 원칙적으로
회사의 결정에 맡기고, 증자에 참여할 것인지 아닌지는 투자자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고 본다.

다만 이 제도가 성공을 하기 위하여는 기업회계의 투명성과 공시가
강화되어야 하고, 시장에서의 주가조작이 없는 공정한 시세형성, 그리고
투자자는 투자의 모든 책임이 자기에게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감독 당국이 심사를 하였다고 해서 가치의 보증이나 투자에 대한 손실의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일찍이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를 위해 조속히 상법을
개정하여 기업이 IMF위기를 탈출할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