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임시국회"의 마지막까지 여야간 최대 쟁점으로 남았던 기획예산처의
소관문제는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측이 한발씩 양보함으로써 극적 타협점을
찾았다.

문제해결의 돌파구는 지난 주말 한나라당쪽에서 먼저 마련했다.

당초 임시국회 폐회일인 14일 3당 총무와 정책위의장간 6인회의가 결렬되자
한나라당 행정개혁특위위원장인 김영진의원이 대책회의석상에서 아이디어를
냈다.

여권이 행정개혁과 재정개혁에 대한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강한 의지
때문에 기획예산처안을 양보하지 못하겠다면 예산실은 재경부에 두고
청와대내에 별도 기획위원회를 둬 예산의 기획과 실제 편성기능을 분리하면
될 것이라고 제안한 것.

이상득 총무는 즉각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이 절충안을 채택할 것을 주장,
이 안을 들고 휴일인 15일 대여협상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국민회의측은 일단 한나라당의 제의를 거부했고 이에 한나라당
이총무는 "정권잡은 쪽이 답답하지 우리는 급할게 없다. 우리로서는 할만큼
다했다"는 말을 남기고 협상장을 빠져 나왔다.

연장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16일 한나라당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한나라당의 기획예산처 불가입장을 비판한 박권상 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장
의 기자회견이 불씨였다.

한나라당은 여권이 박위원장을 사주,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며 반발했고
특히 박위원장에 대해서는 "국회가 대통령의 절대권력에 브레이크를 걸고
입법.예산에 독립성을 갖고 정부를 감시 견제해야 한다고 기고했던 그가
"변절"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상득총무는 이날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여당측의 입장변화가 없는 한
더이상 협상은 무의미하다며 "청와대직속 기획예산처 불가, 인사청문회
관철"이라는 최후통첩을 띄운채 여당측과 일절 연락을 끊었다.

비슷한 시간에 한나라당 조순 총재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전날 6인회의때
제안한 기획.예산 기능 분리 안을 공식 제기하는 등 강온양면전략을 폈다.

야당측의 협상거부 선언으로 상황이 다급해지자 국민회의 박상천 총무
김원길 정책위의장, 자민련 이정무 총무 이태섭 정책위의장은 긴급 구수회의
를 갖고 대책을 숙의한뒤 김당선자로부터 "지침"을 받았다.

오후 3시께 국민회의 박총무 등은 김수한 국회의장실로 가 "이상득 총무가
전화조차 안받는다"며 중재를 요청했고 김의장은 이상득 총무에게 협상에
다시 임할 것을 종용, 여야가 다시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게 됐다.

이때부터 6인회의는 한나라당이 최종 당론 확인을 위해 한차례 휴지기를
가진 것 외에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다.

특히 여당측은 국회운영위에서 초유의 야당단독 법안처리라는 초강수를
던진 "거야"의 "독기"를 추스리고 더이상의 국정운영및 국회파행을 막자며
의외로 쉽게 한나라당의 절충안을 수용, 여야간 지리한 줄다리기는 막을
내렸다.

<김삼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