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 예정보다 2년이나
앞당겨 오는 20일부터 상장사의 유상증자를 완전히 자유화한다는
재정경제원과 증권감독원의 결정은 일단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제부터는 주가가 액면가이상인 상장사는 배당 증자비율 등에 관계없이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상장사가 액면가 미만으로 증자를 하려면 상법 417조의 규정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받고 주총에서 출석주식의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어 특별결의를 하되 찬성주식수가 총발행주식의 3분의1 이상이어야 만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상장회사가 유상증자를 하려면 주당 배당금이 4백원 이상이어야
하고, 증자횟수는 1년에 1회, 규모는 자기자본의 50%이내 또는 1천억원
미만이어야 하며, 5대그룹의 경우 싯가총액의 40%미만 및 그룹계열사의 총
유상증자액이 5천억원 미만이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규제를 충족시켜야만
가능했다.

물론 증권당국이 유상증자에 대해 이처럼 까다로운 규제를 해온 것은
나름대로 근거가 없지 않다.

즉 무분별한 증자를 막아 증시의 물량부담을 덜어주고,대기업그룹이
증자물량을 독식하는 것을 막는다는 등의 이유가 그것이다.

그동안 증시가 활황일 때에는 너도나도 증자를 해서 모처럼 오름세를
탄 주가를 꺾어놓기 일쑤였고 반대로 증시가 침체에 빠져 있을 때에는
막상 유상증자를 하려 해도 대량의 실권주만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IMF사태이후 더이상 과거와 같은 규제위주의 사고방식을
고집할 명분이 없다.

무엇보다도 시중금리가 연 25% 안팎을 오르내리는 마당에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셈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의 동일인
또는 종목당 투자한도를 크게 확대하는 등 자본시장을 거의 완전히 개방한
증시정책과도 일치한다.

증시개방의 확대로 국내증시에서 외국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싯가기준으로
17%를 넘을 정도로 커진 지금이야말로 유상증자를 통해 외자조달을 꾀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처럼 주가가 바닥세이고 증시가 장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당분간은 유상증자를 추진해도 얼마나 성공할지 의문인 것이
사실이다.

또한 지난 1월 25일 현재 17개의 금융기관이 모두 4조5천6백43억원의
유무상증자계획을 공시해 앞으로 물량압박이 우려되며 대부분 액면가
발행이어서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

그러나 개별기업의 유상증자규모나 성공여부는 증시에 맡겨야 하며
더이상 증권당국에서 개입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이번 조치의 배경도 직접금융을 말그대로 시장자율에 맡긴다는 취지에서
이해해야 한다.

만일 상장사가 유상증자를 성공시키기 위해, 그리고 강화된 소수주주권을
의식해 경영개선에 힘쓰고 그 결과 기업경쟁력이 강화된다면 증자성공에
관계없이 그 자체만으로도 의의있는 일일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