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중 <청운회계법인 회계사>

사람의 몸에 병이 생기면 그 원인을 찾아 적절한 처방을 내리듯이
경제위기도 그 근본원인을 찾아 처방을 내려야 한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단기외화차입금이 많은 것이 원인이지 경제의 기초
(fundermental)는 튼튼하다는 견해가 있다.

또 하나는 경상수지 적자 때문이고, 경상수지 적자는 우리기업의 고비용
저효율로 인하여 국제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후자의 주장이 더 깊이가 있다고 보여지나 더 심층분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고비용 저효율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규명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경제는 경제논리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민이 소비하고 생산활동을 하는 그 이면에는 그 국민의 문화와 심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스위스 일본의 경제가 다른 나라보다 좋은 것은 그 나라 국민성과
문화에 바탕을 둔 것이고, 남미 중동의 여러 나라가 천연자원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어려운 것은 그들의 국민성과 문화에 기인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니라의 경제위기를 고비용 저효율에 있다고 결론짓고 거기에서
끝낼 것이 아니라 고비용 저효율을 만들어낸 우리나라의 국민성과 문화에서
그 뿌리를 찾아야 근본적인 원인을 캘 수가 있다고 본다.

그러면 우리나라 국민성과 문화의 뿌리는 무엇인가.

그것은 정과 한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기업을 하고 있는 외국인에 의하면 한국에서는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고 말한다.

분명히 안되는 일을 정부담당자의 동창생이나 고향친구가 부탁하면 일이
성사가 된다.

분명히 되어야 하는 일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신청하면 될일이 안된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대정부 업무뿐만 아니고 기업간 경제활동 등 모든 업무에
마찬가지일 것이다.

회사내부에서도 능력이 있는 사람이 승진하기보다는 상급자와 혈연
학연 지연이 있는 사람이 승진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정에 의한 인사는 비능률을 초래할 뿐이다.

정 때문에 필요없는 인력을 해고하지 못하고, 정 때문에 위로퇴직금을
몇억원 주어야 하는 보수적인 금융기관의 관행이 우리나라 금융 고비용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경제위기의 뇌관을 때린 것은 한보와 기아 때문이라고 한다.

한보사건이 발생한 원인도 정 때문이며, 기아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효율보다는 정을 더 중요시하다가 때를 놓쳤다고 본다.

정 때문에 우리나라를 크게 저효율로 만든 대표적인 사례는 대통령을
뽑는데서 찾아 볼수 있다.

대통령이 될 사람의 능력보다는 그 후보자의 고향이 어디냐를 따져서
투표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수십년간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등을 십수번
하였다.

우리나라의 현재 경제위기가 이러한 정에 의한 선거와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에도 세계일류기업이 있다.

그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는 세계일류라고 말할수 있을 것이다.

이들 경영자들의 강연이나 글을 보면 세계일류의 경영자와 다름이 없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이 세계일류 경영자에게도 한국민의 성격과 한국문화의 범주에서는
탈피를 못해서 일까.

한국적인 실수를 크게 저지른 것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다름아닌 과잉 주복투자이다.

외국사람들은 우리나라의 경제위기의 첫번째 원인을 기업의 과잉중복투자로
보고 있다.

기업가가 과잉중복투자를 하게 된 것은 기업가들이 경제 경영의 원리를
몰라서라기 보다는 국내 경쟁 타기업과 매출순위에서 뒤떨어져서는 안된다는
단순한 생각에서라고 볼수 밖에 없다.

이러한 과잉중복투자를 정부는 기업들의 사업을 상호 교환함으로써 기업의
비전문 업종을 주고받아 자기의 전문업종을 더 강하게 하는게 개입한다는
보도고 있었다.

여기에 일부 기업들의 반응은 "계열사사를 차라리 외국기업에 넘길지언정
다른 재벌에 넘기지 않으려 한다"고 한다.

일류기업가로서 경영을 말하지만 실지 행동은 한국적 비효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국인의 잔치에서는 상다리가 부러지게 음식을 차려 놓아야 한다.

그 음식의 반절은 남아 쓰레기가 되어 이 낭비가 연간 8조원이나 된다.

요사이는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고급음식을 먹어야 한떡 낸것 같고 가진
사람들은 매년 해외여행에, 수백만원짜리 골프채를 들고 해외골프를 다녀와야
자랑거리가 된다.

미국사람이 10년 타는 자동차를 3년만에 바꾸고 폭등하는 휘발유값에도
아직까지 나홀로 차량이 많으며 일부 권력층 부유층이 근무하고 사는 건물은
난방을 너무 덥게 하여 외화낭비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수천년 수백년 동안 내려온 가난의 한풀이, 가깝게는 6.25동란이후
배고픔의 한풀이라고 설명할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러한 과소비로 인하여 높은 등급을 받아야 지탱할수 있다.

한국의 노동쟁의는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어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노동법을
고치지 않으면 우리나라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한다.

우리근로자의 임금은 과거 10년동안 3.5배가 올라 우리보다 잘사는
싱가포르 홍콩 대만보다 높다.

이는 노동쟁의의 덕분이며 과거 수백년동안 내려오는 양반에 짓눌려온
한, 일제에 짓밟힌 한, 과거 수십년동안 군사정권에 눌려온 한풀이를 격한
노동쟁위로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의 사교육비는 엄청나 가계를 위협할 정도이다.

한국사람이 자기 족보를 이야기 할대 자기집안에서 정승 판서가 많이
나왔다는 것이 큰 자랑거리이다.

그 정승 판서가 백성을 위하여 선정을 했는지 악정을 했는지는 별로
따지지 않는다.

한국사람에게는 자기 집안에서 큰 인물이 만히 나왔고 계속 나와야
한다는 큰 인물 컴플렉스가 있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류대학에 가야하고 그 비용이 사교육비로 나타난다.

이것을 집안의 한풀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경제위기를 풀기 위하여는 겉으로 나타난 고비용 저효율등 빙산의 일각만
보아서는 아니되고 그 물밑에 숨어 있는 우리나라 국민의 심리와 문화를 더
깊이 연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