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안맞는 정부지원책이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켰습니다"

연쇄부도 사태로 벼랑에 몰린 출판계가 당국에 대해 "도움은 커녕 실효성
없는 대책으로 절망감만 키웠다"며 성토하고 나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형 책도매상 부도로 출판계의 공멸위기감이 확산되자
업계대표들은 이달초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추가부도 방지를 위한 어음할인
혜택과 긴급자금지원을 정부에 요청했다.

이에따라 문화체육부장관이 국무회의에 출판계 위기상황을 보고했고, 이
자리에서 중소기업회생자금 가운데 일정액을 출판계에 긴급 수혈하는 문제가
논의됐다.

이 결과 일부언론에 2백억원 지원설이 보도되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출판사들은 너도나도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들의 희망은 곧 절망으로 바뀌었고 끝내는 분노로 이어졌다.

중기회생 특례지원자금은 이들에게 애초부터 "그림의 떡"이었다.

지원요건이 출판계 현실과 맞지 않는데다 자금총액도 3백여억원에 불과했다.

지원요건은 <>종업원 10인이상,전업률 50%이상 <>최근 5년이내 경영 또는
기술개발관련 수상업체 <>최근 1년안에 연매출액 5%이상의 받을 어음이
부도났거나 연매출 15%이상 감소 <>금융기관의 주의.황색거래처로 관리되는
등 부도위기 상황을 증명할 것 등으로 돼있다.

일반제조업체 위주로 만들어진 이 조건을 충족시킬 단행본 출판사는 거의
없다.

억지로 맞추자면 문체부장관이 경영.기술개발 우수기업 표창 또는 상을
"급조"해 주고 출판사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주의" "황색" 올가미를 스스로
쓰거나 관련규정을 바꾸는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같은 사정이 알려지자 출판업계는 "가뜩이나 몸살을 앓고 있는 출판계를
두번 울린 꼴"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출판업은 다른 제조업과 달리 실물경제의 자로 잴수 없는 무형의 자산, 즉
문화경제학의 핵심영역을 차지하는 정신적 기간산업이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도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다각적인 지원을 강구
하겠다"고 밝힌 마당에 출판관련 지원책이 실효성을 갖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정책마저 "빛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고두현 < 문화부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