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17일 대기업 계열사의 과감한 정리를 강력히 촉구
하고 나서 그 배경과 진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당선자는 이날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국민회의 지도부.의원 세미나에
참석, "대기업들은 앞으로 3~4개, 많아야 5~6개의 핵심기업만 남기고
나머지는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김당선자가 강도 높은 대기업개혁을 요구한 적은 있으나 구체적으로
계열사수를 적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더욱 비상한 주목을 끌고 있다.

김당선자의 이같은 발언은 먼저 현재 진행중이거나 계획중인 각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의 내용들이 "양"에 차지 않는다는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
되고 있다.

김당선자는 실제 지난 15일 김용환 비상경제대책위원장으로부터 26개
대기업들이 제출한 구조조정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미흡하다는 지적을
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극복하고 노동계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총수들과의 합의사항인 "핵심부문설정"을 통한 기업경쟁력 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당선자 발언의 "수위"는 어느때보다 높고 단호했다.

그 과정에서 "도태"라는 표현도 여러번 되풀이했다.

"잘 되는 기업과 못되는 기업이 다같이 망해서는 안되며 못되는 기업만
망해야 한다" "국민부담이 되는 정부산하기관은 개선시키거나 도태시킬
생각이다" "흑자를 내는 기업, 외화를 벌어오는 기업은 애국자로 대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은 도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혁을) 못따라 오는
기업은 망해야지, 망하지 않으면 국민부담이 된다" "자구노력을 해서 일어날
수 있으면 도와주고 그렇지 않으면 도태시켜야 새싹이 돋아난다"는 등의
발언이 그것이다.

김당선자는 특히 대기업개혁의 수단으로 "은행권"을 동원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당선자는 대기업계열사의 정리와 관련, "은행이 융자조건으로 삼을
것이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하지 않을래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당선자는 기업이 주거래 은행 등에서 자금을 대출받을 때 체결하도록
한 "재무구조개선약정"을 통해 대기업 개혁을 추진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비대위는 <>계열기업군 전체의 감축 <>연차적인 부채비율 감축
<>계열사와 부동산 매각, 지배주주 출자 등 자구노력 등을 재무구조개선
약정에 포함시키도록 해 김당선자의 이같은 의지를 뒷받침하고 있다.

김당선자측이 추진하고 있는 대기업정책의 기본방향에 한계기업 정리 등을
통한 "핵심부문설정"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김당선자는 이날도 대기업과 은행의 자율적인 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은행은 자율적인 경영을 하는 대신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으며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당선자는 그러나 대기업 등의 자율적인 개혁조치가 예상보다 미흡하고
국민기대에 못미치고 있다고 판단하고 직.간접적인 수단을 "동원", 개혁을
독려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함으로써 실천의지의 강도와 재계의 반응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 이건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