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회가 마련한 정부조직개편안및 인력조정방안은
한마디로 정부조직은 별로 슬림화된게 없는 상황에서 정년단축 등을 통한
인원감축만이 두드러진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현재의 2원 14부 5처 2실인 중앙정부 조직이 17부 2처 1외국으로 바뀌어
중앙부처의 수는 별로 줄어든게 없는데다 정작 손을 대야할 지방정부와
정부산하기관 조직에 대해서는 이번 개편작업에서 아예 손도 대지 못했다.

한마디로 "슬림화"를 내건 정부조직 개편의 당초 의도가 무색하게 됐다.

물론 이같은 결과는 정개심위가 마련한 조직개편안이 국회심의과정에서
정치적인 협상 대상으로 변질된 것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박권상 위원장도 18일 기자회견에서 중앙인사위원회 설치가 무산되고
기획예산처가 둘로 갈라지게 된 것, 그리고 해양수산부가 부활된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여러번 표명했다.

특히 기획예산처와 기획예산위원회와 예산청으로 갈라지면서 인원이 당초
계획보다 50~60명 늘었다는게 박위원장의 설명이다.

조직 슬림화와는 달리 공무원 인원감축 작업은 당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측에서는 10%정도의 인원감축 폭을 제시했으나 이번에
확정된 감축폭은 이보다도 1% 포인트 가량높은 10.9%에 이른다.

특히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종찬 인수위원장이 "꼭 10%에 집착하지 않고
탄력적으로 하겠다"고 말해 감축폭이 10%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으나 결과적으로는 11%에 가까운 공무원을 잎으로 3년간 줄이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조직슬림화는 거의 이루지 못한 대신 대폭적인 인원감축을 통해 "작은
정부"라는 구호를 어느 정도는 충족시킨 셈이다.

정부기능의 민간이양 역시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추곡수매 국립중앙극장 운영등 일부 기능만이 민간에 넘어가도록 했을 뿐
철도.우정사업은 공사화 또는 행정기관의 일종인 에이젼시(Agency)화를
추진키로해 여전히 미진한 부분을 남겼다.

다만 성과주의예산제도, 총액예산제도를 도입하고 예산총액 범위내에서 각
부 장관의 재량권을 확대한 것, 장관에게 과단위 이하 조직편성의 자율권을
부여한 것, 실.국.과 등의 조직 이외에 "팀" "단" 등 태스크포스 형태의
조직구성이 가능토록 한 것 등은 행정운용 효율화라는 측면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김선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