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사회 및 정기총회용으로 작성한 내부보고서의
내용은 누구라도 이런 느낌을 갖기에 충분하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후 정부가 개방정책을 가속화하면서 도입한
금융.외환정책의 대부분이 이미 수개월전부터 재계가 요구하던 것이라는
사실을 접하면 더욱 그렇다.
이보고서에서 전경련은 우리경제가 지난해초 노동법개정 관련 총파업에서
부터 흔들리기 시작해 성장둔화->금융개혁미진->고비용저효율 구조개선
지연->기업의 연쇄부도->금융 및 외환불안 등 총체적위기 등의 과정을
거쳐 IMF체제를 맞게 됐다고 요약했다.
이 과정에서 위기를 느낀 재계가 몸달아 건의한 내용들에 정부는 애써
태연작약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외채문제와 관련 전경련은 지난해 4월에 낸 경제운용의견에서 경상수지
적자 개선을 통한 우리 경제의 신뢰회복과 안정적인 외환보유고 유지의
필요성을 이미 강조했었다.
그러나 재경원 등에선 면박을 받기 일쑤였다.
오히려 "실물경제기반이 튼튼한데 엄살만 떨고있다"는 야단도 맞아야 했다.
경제전망을 예로 들면 전경련은 지난해 연말까지 경기부진이 지속되고
98년도에도 회복이 불투명하다는 예상을 내놨다.
그러나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3.4분기 이후에는 경기가 회복된다며 6%대의
안정적인 성장을장담 했었다.
외환위기의 심각성을 느낀 재계가 10월 이후 거의 매달 위기관리
종합대책을 촉구하고 회사채시장 조기개방등 대책마련을 촉구했지만
IMF체제 이후에야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미 우리 경제규모는 경제부처의 통제가 가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지 오래"라며 "무엇보다 기업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어야 했다"고 말했다.
<권영설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