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에서 협력자로"

80년대 미국 자동차업계를 이끌던 제너럴모터스(GM)의 로버트 슈템펠(64)
전회장과 크라이슬러의 리 아이아코카(73) 전회장.

현역시절 라이벌이었던 두사람이 은퇴후 손을 맞잡았다.

품목은 자동차가 아닌 전기자전거.

제의는 아이아코카가 먼저 했다.

아이아코카는 93년 은퇴후 금융업 등에 손을 대다 지난해 "EV글로벌모터"
라는 전기자전거회사를 설립해 이미 이 분야에 노하우가 있었고 지난 92년
GM을 떠난 슈템펠은 현재 배터리회사를 차려 차세대 전력장치개발에
몰두하는 중이다.

회사이름은 "오보닉 배터리"로 전기자전거에 들어가는 니켈수소전지를
생산하게 될 예정이다.

물론 이 전지는 아이아코카가 만드는 자전거에 장착된다.

"슈템펠과 나는 지난 30여년동안 2억대이상의 자동차를 팔았다.

1백만대의 자전거를 파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는 아이아코카의 말처럼
두사람은 모두 이번 사업에 대단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대만에 연간 5만대 규모의 전기자전거 생산공장을 건설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더욱이 둘은 이번 사업이 "단지 돈을 벌기보다 세계환경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거창한 포부까지 밝혔다.

그러나 두사람의 야심이 현실화될 지는 의문이라는 게 주위 분석이다.

전기자전거는 값도 비쌀 뿐더러 세계적으로 볼때 자전거의 수요가 점차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두사람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결론은 알수 없지만 한때 세계 자동차업계를 주무르던 인물이었던 만큼
이들에게 보내는 세인의 관심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 정종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