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오는 밤, 극장에나 가볼까".

"심야에 비디오 감상도 아니고 왠 극장나들이?" 할 법하지만 최근의
심야상영 붐은 이런 물음을 잠재우고 남는다.

밤12시부터 시작하는 심야상영 영화에 20대초반은 물론 30~40대
중년남성까지 몰려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것.

심야영화 유행에 불을 지핀 작품은 공포영화 "킹덤"(수입 KJ엔터테인먼트,
대표 이경자).

억울하게 희생된 소녀의 원혼이 출몰한다는 흔한 내용의 스릴러영화지만
감독 라스 폰 트리에의 탄탄한 연출이 4시간39분이라는 시간을 지루하게
않게 한다.

16일 현재 관객수는 8만5천여명.

출발 당시 서울 동숭시네마텍(2백50석, 심야 5백석)에서 하루 2~3회(평일
2회, 금.토요일 3회)밖에 상영 못한 점을 감안할 때 상당한 수다.

동숭씨네마텍의 전회매진 기록에 힘입어 12월31일부터 시네코아, 올
1월24일부터 서울 브로드웨이와 부산 부영극장으로 옮겨 연장상영중이며
21일부터는 대구극장에서도 상영된다.

매회 80%이상의 좌석점유율을 보이며 심야상영은 거의 전회 매진.

극장측에 따르면 초반에는 동호인그룹 등의 매니아 관객이 주를 이뤘으나
점차 일반인으로 넓어지는 추세.

20대 연인은 물론 중년부부도 많다.

"킹덤"에서 촉발된 심야상영은 유행처럼 번졌다.

제2회 난장영화제(1월23~27일)는 매일밤 12시에 상영하는 "미드나이트쇼"를
열었고 여성문화예술기획(대표 이혜경)은 1~3월 매달 첫째.마지막 토요일
전용극장 "마녀"에서 "공포분담"이라는 주제로 심야극장을 열고 있다.

1월31일과 2월7일 두차례 시사회(3편 관람료 1만5천원)는 객석(1벡20석)을
전부 채우는 상황.

28일 밤10시~29일 새벽5시에는 "공포영화와 여성"이라는 주제로 "데드
어라이브" "앤디 워홀의 드라큐라" "충격" 등 3편을 상영한다.

"공포분담"기획자 남인영씨는 "뉴욕이나 LA 등 미국 대도시에서는 주말
밤12시의 심야상영이 정례화돼 있다"고 전한다.

상영작은 대부분 컬트영화.

데이비드 린치의 "이레이저 헤드"가 심야상영으로 빛을 본 대표적인 경우다.

우리나라에서는 80년대후반 일반극장에서 잠시 심야상영(토요일밤11시)이
생겼다가 사라진 뒤 97년 부활했다.

서울 동숭동과 홍익대근처 카페에서 시작돼 부천국제영화제와
서울단편영화제에도 이어졌다.

최근 심야상영물의 대부분은 공포영화.

여성문화예술기획의 남인영씨는 "공포물에 한정하지 않겠다.

석달 단위로 SF 판타지 만화 50~60년대 멜러 등으로 쟝르를 바꿔 상영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영화 "타이타닉"(상영시간 3시간14분)도 극장에 따라 심야상영에 돌입한다.

시티극장의 최종회 상영시각은 밤11시.

끝나는 시각은 새벽2시30분이다.

"킹덤"홍보사 "R&I"의 홍지용씨는 "현재 5백석이상으로 돼 있는 심야상영관
규정이 3백석미만으로 완화되면 심야상영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