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중장비부문 매각은 "한계사업정리"와 "외국자본 유치"라는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중공업입장에선 사업구조를 조선과 발전부문으로 슬림화해 몸집을
가볍게 했으며, 그룹으로선 차기정부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외자유치와
구조조정의 전형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공업의 중장비부문은 지난 한햇동안에만 1천2백억원의 적자를 내, 이미
회생불능의 판정이 난 상태.

삼성은 IMF체제 훨씬 이전부터 중장비부문에 대해 다각도의 해결책을
모색해왔으며 볼보와 클라크로의 매각은 최후의 승부수였다.

매각대금(1조원 추정)은 전액 부채상환에 사용돼 현재 4백%를 웃도는
중공업의 부채비율은 단숨에 절반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한편 볼보는 창원공장 인수로 중국 등 아시아지역을 겨냥한 생산거점을
손쉽게 마련하게 됐다.

또 중장비의 사업부진이 국내 건설경기침체와 밀접히 연결돼 있는 만큼,
볼보의 다국적 판매망을 이용할 경우 의외로 단기간에 경영이 호전될
가능성도 있다.

볼보측이 중장비부문의 인력(1천8백명)을 손대지 말고 같이 넘겨달라고
요구한 것도 이를 시사한다.

이번 협상도 삼성이 볼보 판매망을 이용한 수출가능성을 타진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의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0일자).